좋아하는 일이 힘들 때

밤에 출동하는 새가 좋은 식물을 찾는다

by 정글안

일요일 저녁이 되고 치킨 한 마리가 집으로 배송될 때쯤에야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느끼하고 맛있는 양념치킨을 먹으니 칼칼한 국물이 당겨서 라면을 또 반 개 끓였다. 물을 올려놓고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화원 사장님 번호로 부재중 통화가 떠 있었다. 전화를 드리니 내가 찾던 소나무 분재랑 비슷한 게 있어서 물건이 좋아서 가져왔다는 소식이었다. 오늘 저녁이나 화요일에 오면 좋겠다고 하셨다. 화요일에 가도 되겠지만 좋은 물건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혹시 직원분의 실수로 팔릴 수도 있다.

제이드 가든에서

'오늘 갈게요. 한 20분 뒤에 뵐게요.'


사장님 화원은 차로 10분도 안되는 곳에 있어 부담이 없다. 잠시 후에 메시지가 왔다. 분재 목대가 더 굵어서 가격대가 좀 있으니 가격이 맞으면 오라고 하셨다. 답장을 보냈다.


'네 갈게요 사장님'


일요일 저녁에 굳이 집을 나선 이유가 또 있다. 사장님께 죽은 화분을 얻고 싶어서다. 전시 소품으로 쓸 죽은 식물이 좀 모자라서 사장님께 한두 개라도 얻어야 한다. 아니면 발품을 팔아 죽은 식물을 구해야 한다.


야간에 찾은 화원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어둠 속 식물은 확실히 돋보이지 않았다. 사장님이 구해오신 소나무는 목대가 굵기도 했지만 새잎이 올라와 초록 기운이 잎에 탱탱하게 차 있었다. 목대도 고목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투박한 나뭇결마다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사장님께 너무 감사했다.

지난 번 해송. 이번 해송이랑 굵기가 다르다.

새로 가져오신 식물들도 둘러봤다. 고려 담쟁이 대품과 갯모밀 소품을 몇 개 샀다. 식물은 되도록이면 다양하게 키워보려고 한다. 키워보지도 않은 식물을 판매하거나 수업 재료로 쓰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SNS에 떠도는 예쁜 식물들은 사실 키우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런 걸 잘 모르니 판매하는 사람 중에는 제대로 된 정보도 주지 않고 그냥 팔기만 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중 하나가 되지 않으려면 직접 키워봐야 한다. 식물을 많이 죽여 봐야 노하우가 생긴다.


사장님께 죽은 식물도 서너 개 얻었다. 뭐에다 쓰려냐고 그러냐는 말에 전시를 한다고 말씀드렸다. 쓰레기가 될 뻔한 식물이 작품이 되는 것이니 쓰레기도 줄이고 작품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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