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위로받기
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른다. 최근에 읽은 책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어찌나 바쁜 하루였는지. 이번 주 금요일에 시작되는 전시 준비로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전시 일지도 쓰고 싶지만 우선 미뤄둔 리뷰를 사각사각 쓰고 싶다.
제목부터 마음에 든 책 <셰프: 맛의 세계에서 매일을 보내는 사람> 매거진 B에서 출간한 잡스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출간 당시에는 셰프라는 직업은 요리하는 걸 싫어하는 나와 거리가 먼 존재라고 생각했다.
'또 음식 이야기 잔뜩 하겠구먼. TV에도 맨날 먹방인데 지겹다 정말.'
책 제목도 제대로 읽지 않고 '셰프'라는 단어부터가 진부했다.
어느 날 문득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손에 넣었는데 그 동기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인터뷰 형식으로 짜인 책이어서 술술 읽고, 훌륭한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주옥같은 말만 쏟아내니 눈알이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며 은혜를 받았다.
가장 친근감이 들었던 인터뷰가 있었다. 1인 셰프가 운영하는 '목금토 식탁'을 운영하는 이선용 셰프다.
(인터뷰어의 질문) 이제는 스스로 '셰프 다움'에 관해 정의를 내리 수도 있겠네요.
'모든 시련을 뛰어넘을 만큼 음식(식물)과 요리(식물일)를 사랑해야 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직업이고 노동과 열정에 따른 보상이 다른 분야에 비해 뛰어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거든요. 이 일을 아무리 사랑해도 힘든 상황이 이어질 수 있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왜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괴로움도 종종 찾아오고요. 그때 버티게 하는 힘이 요리(식물일)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그걸 감내할 만큼 요리(식물일)를 좋아하는지가 중요해요.'
내 마음을 읽어준 답변이었다. 음식은 식물로 요리는 식물일로 바꾸면 얼추 맞다.
마지막 정관 스님의 인터뷰를 읽고 나자 앞에 나온 5명 셰프의 인터뷰와 어록을 다 잊어버렸다.
정관 스님의 말은 파도처럼 계속 일렁였다.
'저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도를 닦는 것이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수행자죠.
셰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