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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안 Oct 18. 2020

일요일의 책 읽기

충전이 필요해

일요일 아침의 이 느긋한 독서, 내가 얼마나 기다려온 시간인가. 평소 좋아하는 쌉싸름한 뜨끈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따뜻한 우유를 부어 카페라떼을 완성한다. 여기에 어제 사온 견과류 가득 머금은 식빵까지 곁들면 내게 근사한 아침이다. 빵 한 입에 라테 한 모금을 반복하며 좋아하는 책의 텍스트를 눈으로 음미하는 이 시간은 부러울 것 하나 없이 만족감으로 채워진다. 귀에는 Dustin Tebbut  'The Breach'가 들려오니 글이 스르르 읽힌다.



근원에 대한 깨달음 없이 빚은 디자인은 본질은 담지 못한다는 것,
이 집이 일깨워준 철학입니다.
Sophie Hicks


며칠 전에 읽은 페이지에 있던 글이 생각나 다시 들쳐보았다. 식물 디자인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먹고살면서 식물의 근본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봤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장에서 만난 예쁜 식물이 있으면 그저 예뻐서 데려오고 초록색 포털 사이트에서 백과사전에서 식물의 자생지를 찾아보는 정도로 끝낸 적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 정도만 알아도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으로 접근한다면 식물별로 그 본질을 더 공부할 필요도 재미도 생긴다. 자생지를 파악하고 식물의 생육 특징을 더 관찰해보면 디자인 발상이 더 떠오를 것이고 그 생각이 발전할 테니 새로운 식물 디자인을 탄생시킬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제목은  <GAJI> 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작업실에 보관해두고 작업실에 오브제로 배치한다. 기회가 되면 나뭇가지나 앙상한 가지만 남은 죽은 식물을 전시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작은 꿈을 이룬 거다. 나뭇가지를 왜 좋아하게 됐을까, 왜 아직도 좋아할까를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전시회에 와준 고마운 친구




'근원에 대한 깨달음'이 정확히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르지만 내 가슴에 와 닿는 대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불에 다 타버린 듯한 이 나뭇가지가 왜 좋은가, 그 나무들이 숲을 이루면 왜 내 눈에는 '와우'가 되는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이미 깨달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의 것만 남아 있는 자연의 모습이 내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게 무언가. 꽉 찬 것보다는 비워진 공간을 좋아하는 나다. 잎이 무성한 숲이 주는 감동이 있지만 텅 빈 나무가 주는 감동은 또 다르다. 숲은 보기만 해도 안정감을 준다면 앙상한 나무는 잠자는 감각을 깨워주는 시발점이 되고 음악을 틀게 한다.


본질은 디자인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이래서 책 읽기가 이롭다. 깨닫는 기회가 되고 다시 중심을 되찾는다. 그리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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