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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안 Oct 10. 2022

이끼가 이끄는 대로

이끼 농부를 만나러 가다



'이끼를 키워 보니까 자연 앞에 겸손해야겠더라고요'


이끼가 원하는 미시 환경까지 실내에 구축하기 위해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어오셨다는 대표님의 말과 태도에는 순수한 열망이 가득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현재의 나와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는 식물 문화를 자연스레 돌아보게 되었다.


자칫 비즈니스의 효율성 면에만 집중한 나머지 식물 자체의 지속성은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잦은 현실이다. 좀 더 인간인 우리에게 편리하도록 식물에게 접근해서 식물을 사고팔고 또 키우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식물의 입장은 얼마만큼 헤아려보았을까.

단순히 이끼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를 만나러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대표님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이끼를 알게 되어 이끼 덕후가 되시고 그 덕후는 국내외 이끼 자료와 논물을 섭렵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농사직설'처럼 '이끼직설'을 삶으로 쓰고 있는 농부이자 엔지니어인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식물에 대한 내 마음도 새롭게 뜨거워졌다.


앞으로 서로 협업해 갈 수 있는 분야까지 발견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 문 닫기 전 가까스로 도착한 강화도 맛집에서의 백짬뽕은 입에서 녹았고, 하늘을 서서히 물들이는 노을에 취해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에 출간될 책이 더욱 풍성해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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