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퀘벡의 인기식물
여행을 다녀온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뭐가 제일 좋았어?',
대답은 늘 똑같았다. '진짜 깨끗한 하늘이랑 그림 같은 자연 풍경, 그거 보는 게 제일 좋았어.'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있다. 보스턴에서 포틀랜드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보게 된 풍경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현지 시간으로 저녁 6시와 7시 사이, 유리창 너머로 보랏빛 석양이 하늘을 서서히 물들이는 시간이다. 고운 노을빛 아래 푸르른 잔디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황홀하다'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포틀랜드에서 캐나다 퀘벡으로 향하는 길에 또 한 번 풍경 감상의 시간이 돌아왔다. 창 밖이 그냥 영화 스크린이었다. 너무 좋아서 졸지도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좀 심퉁이 났다. 이 정도 풍경을 감상하려면 내 집에서 20시간 정도는 이동해야 볼 수 있다는 이런 현실이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상이 터를 잘 잡았네.'
퀘벡에 와 보니 포틀랜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아름다웠다.
메인주에서 퀘벡까지 차로 이동했다. 친구와 함께 둘이 2박 3일 다녀오기로 했는데, 케빈(친구 남편, 내 친구이기도 함), 대니(친구 아들, 나랑 편한 친구, 당시 사춘기), 핀(대니의 친구, 여행하면서 친해짐)도 합류했다. 물론 차에서 레슬링을 해대는 십 대들 과 함께한다는 것이 굉장한 난코스였지만 차창 밖 풍경이 예술이라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잘 때가 참 예뻤던 내 십 대 친구들이다.
퀘벡 여행 사진을 검색하다가 자주 본 곳이다. 보스턴고사리와 토분으로 외관을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독특하게 디자인한 식당이다. 토끼 요리를 파는 곳이라고 해서 나에겐 큰 반전이었다.
퀘벡 건물 창가에는 빨간색 제라늄 꽃이 한창이다. 야자수를 함께 심은 화분이 조금 낯설지만 올드 퀘벡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조화와 함께 식재한 레드 제라늄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레드 제라늄은 퀘벡주 대표 식물이라도 되는 것인가.
퀘벡은 작은 유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7세기에 프랑스인들이 개척한 곳이다 보니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건물 창가에 화분을 두는 풍경은 유럽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풍습이 북미까지 전해진 것이다. 많은 식물 중에 왜 제라늄이 창가를 다 차지한 것일까 궁금해하는 사람은 나뿐이었을까?
제라늄은 향기가 있어 벌레가 싫어한다.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게 자기 몸을 지키려고 화학물질을 내뿜는다. 집 안에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창가에 두면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식물 하면 공기정화가 주요 관심 키워드인데, 여긴 이미 공기가 정화돼 있으니 건물 외관에 생기를 더해줄 식물이면 충분했다. 거기다 벌레까지 막아주니 새빨간 제라늄의 유혹에 안 넘어갈 사람이 있을까. 푸른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사는 이 도시의 사람들이 부럽다는 말이 뻔한 만큼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