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의 다양한 생존기

잡스 코미디언 관찰과 교감으로 웃음을 발명하는 사람

by 정글안


잡스 단행본은 늘 눈여겨 보고 마음에 드는 주제가 걸리면 구매를 해오고 있다. 이번 단행본은 '코미디언'이다. 사실 나는 유튜브 피식대학 채널을 운영하는 코미디언 김민수의 열혈 팬이기에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우면서도 의외였다.


이전 직업군은 에디터, 건축가, 셰프 등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직업군이었는데 코미디언? 잘못 읽었나,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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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소개에 '피식대학' 인터뷰가 있는지 훑었다. 없었다. '숏박스'가 있는데 '피식대학'이 없다고? 숏박스컨텐츠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데다 피식대학에 대한 팬심이 충만한 나이기에 당연한 반응이다. 박나래, 김영철, 숏박스,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 내가 즐겨 보는 컨텐츠의 코미디언은 한 명도 없었다.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코미디 팬으로서 구매욕구도 있고, 에디터가 어떻게 담아 냈을지 궁금했다. 우선은 에디터가 코미디를 진짜 좋아할까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를 즐기지 않는 사람의 관찰과 생각이라면 책을 읽는 동안 내 눈에 반짝임은 1초도 없을 테니까.


책은 목차보다 깊고 훌륭했다. 박나래와 김영철은 TV에서 많이 봐서 식상한데 왜 굳이 책에서까지 봐야 하나라는 회의감마저 깊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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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인터뷰에서는 굉장한 에너지를 느꼈다. 예전부터 김영철이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뭔가 열정이 넘친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인터뷰로 들어보니 삶에 진심인 그의 마음과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피부로 와닿았다.

소재도 표현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합이 중요해요. 개그는 박자거든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와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아까 제가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말했는데, 이왕이면 기분 좋은 상상을 자주 하려고 해요. 꿈꾸고 바라는 대로 인생이 조금씩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게 재밌잖아요.


애드리브에 기대지 않아야 애드리브가 더 잘 나옵니다'



김영철의 말들이 너무 좋다. 아니 삶에 대한 태도가 너무 멋지다! 김영철과 비슷한 나이의 40대 중후반의 코미디언들은 자의로 은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중파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해서 코미디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데도 말이다. 코미디언들은 생존해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김영철은 영어실력과 자신의 매력을 발산해서 미국 진출까지 노렸고, 또 이미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 내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카림 라마라는 이집트계 미국인의 인터뷰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클래식한 코미디언의 경로를 밟아가는 것이 아닌 창업가이자 크리에이터로서의 길을 가는 사람이었는 자신이 속하는 분야를 넓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못 갈 바에야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게 나으니까요. 누군가 우리의 특별함을 발견해주고 새로운 형식을 인정해주면, 그때부터는 그 별난 장르가 나를 대표하는 무언가로 자리잡게 됩니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 중 코미디를 주요 콘텐츠로 삼아 활동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정된 기회를 나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중략) 저는 이들과 싸우지 않아요. 알고리즘하고 싸울 뿐이죠. 궁극적으로는 소셜 미디어 판에 머무르지 않을 거예요


그것이 제가 음악 코미디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음악은 더 전 세계적인 매개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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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잡스 코미디언 편에서 인터뷰한 코미디언들이 공통점이라고 한다며 뚜렷한 직업관이었다. 예를 들면 무대에서 마이크 하나로 웃음을 유발하는 '스탠드업코미디'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양하고 뚜렷했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성실하게 오래 펼쳐나가려는 근성이 코미디언의 팬이긴 하지만 전혀 거리가 먼 직업을 가진 나에게도 직업적으로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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