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는 누구나 이직을 꿈꾸지
학원 영어강사로 일하며 번역가 준비를 하던 때였다. 번역 공부를 하겠다고 영어와 한글 텍스트가 같이 있는 잡지를 구매했던 적이 있다. 미국 포틀랜드 도시를 다룬 매거진이었는데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를 한 집이나 직장에 식물이 많았다. 식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분명 직업과 생활하는 곳이 다른 데 사람들 곁에는 식물이 많았다. 잡지에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여유가 묻어났다.
'행복해 보이네'
잡지에 실린 사람들은 회사원, 작가, 디자이너, 타투이스트, 자전거 매장 직원 등 직업도 다양했다. 다양한 삶을 존중해 주는 도시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인터뷰 내용들이 동화처럼 들렸지만 자연과 숲이 가까이 있는 포틀랜드에 지금 당장 갈 수 없다면 비슷하게라도 살아보고 싶었다.
검색해서 찾은 꽃집은 내가 매일 지나치는 건물 2층에 있었다. '그 건물에 꽃집이 있었나?' 건물에 들어서자 꽃집 상호가 눈에 띄었다. 2층 어느 미용실 안에 한쪽 코너에 꽃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에 꽂아둘 꽃을 사고 싶다는 말을 시작으로 꽃 냉장고 앞을 기웃거리며 여러 가지 꽃을 골랐다. 정말 오랜만에 사본 꽃다발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내 행동이 좀 웃기다. 잡지에서 본 건 식물인데 나는 '꽃'을 샀다. 식물이 꽃이라고 느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