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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Mar 09. 2017

그래서 여행을 한다

프라하를 거닐며..

여행이란 그렇게 무작정 떠나는 게 제맛일까.

인터넷에서 문득 프라하 사진을 보다가 너무 이뻐서 3월 1일 연휴를 껴서 티켓을 질렀다. 2주 전에 끊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수기라서 가격은 싼 편이었다. 여행이 사치는 아니지만 유럽은 여행 중에서는 사치인 편이다. 비행기 티켓도 물가도 비싸다. 


그런데 나는 왜 여행을 시작하였는가.. 

나는 왜 여행을 시작하였는가..

생각해보면 첫 번째 유럽 여행은 도피성이었다.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어딘가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버티기에는 너무 버거운 시간들이 계속됐다.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될 때.. 한계라고 느꼈을 때 나는 유럽 여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주간 휴가를 쓰고 유럽으로 날아갔다. 다행히 회사는 잘리지 않았고 꿈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유럽 여행이었다. 


이번이 세 번째 유럽 여행이다. 또 혼자서 떠나온 세 번째 여행이다.

같이 갈 친구도 여자 친구도 없으니.. 가고 싶을 때, 시간이 날 때 혼자라도 떠나야 한다. 그리고 다시 찾은 곳이 유럽이다. 그러면 나는 왜 다시 여행을 떠나 왔는가..


나는 왜 다시 여행을 떠나 왔는가.. 


여행은 잠자는 감각을 일깨운다.


잠자는 감각이란 무엇일까..

평소에는 잊고 있었던 감정과 기억들이다. 

환희, 감동, 새로움, 전율, 고독, 외로움 그리고 사랑.

서울에서는 일주일을 살아도 이 중 단 하나의 감정도 제대로 느낄 새가 없는데, 있다면 외로움 정도.. 그런데 여행을 오면 오감이 자극을 받는다.


새로운 것들, 새로운 세상.

새로움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 미지의 감각을 일깨우는 한편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관념과 이미지에 충격을 준다. 생각의 틀이 깨지고 과거는 미래로 나가며 한반도 같이 좁았던 나의 세계관은 시베리아를 날아 대륙으로 확장을 한다. 


이런 오감을 여행 말고 또 어디서 자극을 받을 수 있을까... 

문학도, 여행도, 공연도 그 자극의 한 방법이겠지만, 여행만큼 강렬하고도 또 신선하게 감각을 깨우지는 못한다. 코로 공기로, 눈으로 풍경으로, 귀로 낯선 언어로, 피부로 만지고 듣고 보고 먹고 맡고 오감이 자극받는다.


뇌 속에 뉴런들이 바삐 움직인다. 새로운 정보들을 담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일상 속에서는 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장면과 정보들이 모든 감각을 통해서 계속 주입된다. 뉴런은 그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기 바쁘다. 

몸속에 혈액에는 엔도르핀이 감돈다. 온 세포가 새로움이라는 감각이라는 자극에 춤을 추듯 바삐 움직인다. 


여행은 이런 것이다. 

잠자고 있던 감각을 일깨우는 것.


그래서 여행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티켓을 끊는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티켓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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