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요즘이다. 하늘이 유럽 하늘처럼 파랗고 아침 저녁으로 날이 선선하고 맑아서 좋다.
난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한다. 매일 보는 풍경. 출근길 버스 안에서 사진을 찍은 적은 거의 없다. 익숙한 것은 잘 담지는 않는다.
사람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소중함을 모른다. 적어도 잊고 산다. 언제든 볼 수 있고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에 대해서는 소중함을 잃어간다.
풍경도 물건도 관계도..
그런데 이런 익숙한 것이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바로, 여행을 떠났을 때.
여행에서는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 새로운 것을 만끽한다. 그러다 보면 일상을 완전히 잊게 된다. 그렇게 새로운 것에 심취해 며칠을 지내다 보면 가장 그리워지는 것이 또 일상이다. 난생 처음 와보는 곳을 떠돌다 보면 매일 걷던 길이 그리워지고, 첨 맛보는 음식을 먹다보면 집밥이 그리워지고 아무리 좋은 곳에 묵어도 내 방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두 가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과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이다.
익숙함에서 떠나야만 그 소중함을 느낀다는 게 참 모순적이지만 또 그렇게라도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다행인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똑같은 반복이라는 것은 없다.
매일 보는 이 풍경도, 매일 타는 이 버스도,
언제가는 변하고 또 언젠가는 떠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나의 기억조차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매일 보는 출근길인데도 파란 하늘만으로도 이렇게 달라 보인다는 것은 신선한 새로움이다.
요즘 여행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어쩜 여행이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일상을 떠나 새로움 속으로, 그 새로움 속에서 다시 일상을 그려 보는 것.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출근길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