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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Aug 04. 2017

일상은 여행의 기억을 지워간다

프라하의 기억

현실은, 일상은 아주 빠른 속도로 여행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똑같은 일상을 살다 보면 '내가 여행을 가긴 갔었나?'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까맣게 잊고 산다.


SNS에 올라오는 여행 사진 보면 부럽고 가끔 질투도 난다. 심지어 나 자신도 과거의 나를 부러워한다. 그토록 강렬했던 기억과 짜릿했던 순간들은 모두 과거가 되어 지금의 일상 속에서는 하나도 기억도 한 조각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찍은 사진마저 없으면 진짜 실재했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가끔, 여행지에서 샀던 물건들이 그 기억을 일깨워 준다. 여행이 꿈이 아니라 진짜 있었던, 실재했던 일이라고 내게 말해준다.

'아, 내가 그곳에 갔었구나..'

여행지에서 샀던 물건들이 여행의 기억을 일깨워 준다


나는 올해 초 체코 프라하 알폰스 무하 전시관에 갔었다. 이전에 나는 무하를 알지 못했다. 아마 프라하 여행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전자 업계 다니는 직딩이 예술가를 모르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그런데 지금 무하의 그림이 내 책갈피가 되어 내 책 속에 있다.
이 책갈피를 어디서 샀더라.. 그래, 프라하에서 샀지. 그때의 기억과 거리, 전시관, 무하의 그림, 그리고 바츨라프 광장도 생각난다. 출근하는 버스 안 나는 눈을 감고 그 거리를 기억 속에서 한 번 걸었다. 그 공기과 햇살도 느껴지는 듯하다.

알폰스 무하 박물관 (Alphonse Mucha Museum)
바츨라프 광장 (Vaclavske Namesti)



언제 한 번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프라하는 잘 있을까. 당연히 잘 있을 것이다. 그곳에 나만 없다. 원래도 없었지만.. 기억만이 있을 분이다. 오늘은 퇴근하고 필스너를 한 잔 마셔야겠다. 그때 그곳 프라하에서 마신 필스너 맛을 생각하며..


#일상과여행_여행과일상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있는 틴 성모 마리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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