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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딩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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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Jul 23. 2017

직딩 세계에 온 걸 환영해

너는 이제 부모님께 용돈 받지 않아도 되고

니가 사고 싶은 거 월급 모아서 사면되고

여름에는 그토록 꿈꾸던 해외여행도 갈 수도 있을 거야

학생 때는 용돈 받아야 되고

비싼 거 사고 싶으면 아르바이트하여야 하고 

직딩은 어느 정도 돈 관리만 잘 하면

경제적 자유가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될 거야.

이건, 직딩이 학생에 비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이 아닐까 생각해.


직딩 세계에 온 걸 환영해

학생 때는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자리에서 

별로 관심도 없는 재미없는 수업 듣느라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 회사에서는 학생 때 보다 더 일찍, 

더 똑같은 자리로 출근해서 (책상은 이동은 물론 건물 이동도 없이) 

점심시간 1시간 빼고는 

쉬는 시간 없이, 공강도 없이

더 따분한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하고

퇴근 시간도 기약 없이 일만 하게 될 거야.

그게 회사라는 곳이야.


쉬는 시간 없이, 공강도 없이

일을 일찍 마치면 가면 되지 않냐고?

퇴근할 땐 윗사람 눈치 봐야 하고

혹시라도 일찍 일이 끝나는 날이면 회식을 하기도 하지

개인 약속, 저녁 약속

이런 건 평일에는 웬만하면 안 잡는 게 좋을 거야.

약속 시간 못 지키는 건 허다하고

그렇게 몇 번 되다 보면 친구랑 관계도 안 좋아지니까

난 친구를 2시간 기다리게 한 적도 있었어

퇴근하려는데 팀장님이 내가 만든 보고서 리뷰하자고 하시잖아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냥 이거 수정해라, 이거 고쳐라 하면 될 걸..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친구한테 미안해서 죽을뻔했다니까

그래, 나만 이럴 수도 있지.

일찍 끝나는 회사도 있으니까


그런데 있잖아.

나는 참 가장 슬픈 게.. 아쉬운 게

대학생 때는 그렇게 꿈 많은 젊은이었는데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회사 나가는 하루하루 의욕도 열정도 없게 되었는지

그게 참 안타깝고 속상해

그러고 보면 회사에 온 이후로

내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업무를 했던 건 얼마 되지 않는 거 같애

다 위에서 시켜서

다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의욕도 열정도 잃어버린 거 같애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권한이 없이 일을 하니까

정말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거야

근데 어쩌겠어. 

회사 생활이라는 게, 조직 생활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다들 그렇게 살잖아. 그렇게 버티는 거니까.

나도 따를 수밖에 없는거구..


가끔 들어오는 신입사원들 보면 부럽기도 해

아니 길가다가 보는 대학생들도 부러워 보여

나도 저때는 꿈도 크고 열정도 많은 빛나는 젊음이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뭘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더 서글픈 건, 

이 월급이라도 없으며

이 직장이라도 없으면

어디서 무슨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다른데 가서 먹고 살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런 걱정이 더 드는 거 있잖아

만족은 못하겠고 불만은 쌓여만 가는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태

꿈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거 같아서

이렇게 시간만 흘러가는 것만 같아서 

가끔 무섭기도 해

겁이 나기도 해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뭐 괜찮아, 

그래도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잖아.

뭐 그렇게 많지는 않은지만 먹고 살만은 하잖아.

입에 풀칠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

그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친구들이랑 술 먹으면서 회사 욕하고 그런 거지 뭐

그러고 보니 주량도 엄청 늘었네

학생 때는 꿈도 못 꾸던 비싼 술도 많이 마시고

이게 좋아서 마시는 건지

마실 수밖에 없는 건지

아님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좀 헷갈릴 때도 있어

그런데 이 술이라도 마셔야 내가 버틸 수 있는을 거 같아

어느새 술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낙이 돼버린 것 같고

술 먹는 재미라도 없으면 

이 무색무취한 삶을 어떻게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하는 생각도 들어



아.. 미안 오늘은 굉장히 쉬크하네

너무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한 것 같아서 미안해

직장인, 대기업 꿈꾸는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야

겉에서 보기엔 높은 빌딩에

정장 입고 회사 들어가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이기도 해

특히, 점심시간에 커피 들고 가는 직장인들 보면 

내가 봐도 좀 있어 보이고 비즈니스 하는 직장인 다워 보이잖아

여름 철에 에어컨 빵빵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홀짝홀짝 마시면서 일하는 게 편해 보이기도 해

그런 게 그게 다가 아니잖아

몸은 편해도 정신적으로는 얼마나 힘든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알맹이가 빠져 있는지

얼마나 미래가 불투명한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겪어 보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잖아

화려한 무대 뒤에서의 연예인들 모습도

안 겪어 보면 그게 얼마나 힘든지

무대 뒤는 얼마나 어두운지 모르는 것처럼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

글쎄 나는 언제까지 직딩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 말은, 이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빨리 나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해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내가 보기엔 미래가 가장 불투명한 것 같아

개인의 능력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가 점점 기반을 잡아가는 반면에

직장인은 조직 생활만 했지 개인으로 나온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막막하고 기반도 없잖아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

안정된 직장, 그런 건 정말 옛말 아닌가

그렇다고 공기업, 공무원은 좋을까

조직에서 나와서 개인의 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공공기관의 관료주의 생활을 한 사람들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린 모두 조직 생활을 하지만 

언젠가는 이 조직에서 나와야 하고

정년퇴직이든 희망퇴직이든

공공 민간 조직 중 퇴직 없는 조직은 없으니까

우리는 모두 개인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잖아.


우리는 모두 개인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잖아

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직딩 세계에 온 걸 환영해

그런데 나는 이제 

직딩 세계에서 나가는 걸 더 환영해 주기로 했어

그리고 나도 직딩 세계에서 나가기 위해

내 개인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 시키기로 마음 먹었어

그게 이 직딩 세계의 마지막 관문인 거 같애

대학 졸업을 준비하 듯

직딩 졸업을 준비하려구

그게 어떤 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려나가야 졸업을 할 수 있지 않겠어

한다면 남들보다 빨리 우수한 성적으로~

직딩 졸업을 해야지.



#직딩의세계 #직딩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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