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제 부모님께 용돈 받지 않아도 되고
니가 사고 싶은 거 월급 모아서 사면되고
여름에는 그토록 꿈꾸던 해외여행도 갈 수도 있을 거야
학생 때는 용돈 받아야 되고
비싼 거 사고 싶으면 아르바이트하여야 하고
직딩은 어느 정도 돈 관리만 잘 하면
경제적 자유가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될 거야.
이건, 직딩이 학생에 비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이 아닐까 생각해.
직딩 세계에 온 걸 환영해
학생 때는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자리에서
별로 관심도 없는 재미없는 수업 듣느라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 회사에서는 학생 때 보다 더 일찍,
더 똑같은 자리로 출근해서 (책상은 이동은 물론 건물 이동도 없이)
점심시간 1시간 빼고는
쉬는 시간 없이, 공강도 없이
더 따분한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하고
퇴근 시간도 기약 없이 일만 하게 될 거야.
그게 회사라는 곳이야.
쉬는 시간 없이, 공강도 없이
일을 일찍 마치면 가면 되지 않냐고?
퇴근할 땐 윗사람 눈치 봐야 하고
혹시라도 일찍 일이 끝나는 날이면 회식을 하기도 하지
개인 약속, 저녁 약속
이런 건 평일에는 웬만하면 안 잡는 게 좋을 거야.
약속 시간 못 지키는 건 허다하고
그렇게 몇 번 되다 보면 친구랑 관계도 안 좋아지니까
난 친구를 2시간 기다리게 한 적도 있었어
퇴근하려는데 팀장님이 내가 만든 보고서 리뷰하자고 하시잖아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냥 이거 수정해라, 이거 고쳐라 하면 될 걸..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친구한테 미안해서 죽을뻔했다니까
그래, 나만 이럴 수도 있지.
일찍 끝나는 회사도 있으니까
그런데 있잖아.
나는 참 가장 슬픈 게.. 아쉬운 게
대학생 때는 그렇게 꿈 많은 젊은이었는데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는데
지금은 회사 나가는 하루하루 의욕도 열정도 없게 되었는지
그게 참 안타깝고 속상해
그러고 보면 회사에 온 이후로
내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업무를 했던 건 얼마 되지 않는 거 같애
다 위에서 시켜서
다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의욕도 열정도 잃어버린 거 같애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권한이 없이 일을 하니까
정말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거야
근데 어쩌겠어.
회사 생활이라는 게, 조직 생활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다들 그렇게 살잖아. 그렇게 버티는 거니까.
나도 따를 수밖에 없는거구..
가끔 들어오는 신입사원들 보면 부럽기도 해
아니 길가다가 보는 대학생들도 부러워 보여
나도 저때는 꿈도 크고 열정도 많은 빛나는 젊음이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뭘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더 서글픈 건,
이 월급이라도 없으며
이 직장이라도 없으면
어디서 무슨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다른데 가서 먹고 살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런 걱정이 더 드는 거 있잖아
만족은 못하겠고 불만은 쌓여만 가는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태
꿈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거 같아서
이렇게 시간만 흘러가는 것만 같아서
가끔 무섭기도 해
겁이 나기도 해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뭐 괜찮아,
그래도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잖아.
뭐 그렇게 많지는 않은지만 먹고 살만은 하잖아.
입에 풀칠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
그 돈으로 내가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친구들이랑 술 먹으면서 회사 욕하고 그런 거지 뭐
그러고 보니 주량도 엄청 늘었네
학생 때는 꿈도 못 꾸던 비싼 술도 많이 마시고
이게 좋아서 마시는 건지
마실 수밖에 없는 건지
아님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좀 헷갈릴 때도 있어
그런데 이 술이라도 마셔야 내가 버틸 수 있는을 거 같아
어느새 술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낙이 돼버린 것 같고
술 먹는 재미라도 없으면
이 무색무취한 삶을 어떻게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하는 생각도 들어
아.. 미안 오늘은 굉장히 쉬크하네
너무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한 것 같아서 미안해
직장인, 대기업 꿈꾸는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야
겉에서 보기엔 높은 빌딩에
정장 입고 회사 들어가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이기도 해
특히, 점심시간에 커피 들고 가는 직장인들 보면
내가 봐도 좀 있어 보이고 비즈니스 하는 직장인 다워 보이잖아
여름 철에 에어컨 빵빵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홀짝홀짝 마시면서 일하는 게 편해 보이기도 해
그런 게 그게 다가 아니잖아
몸은 편해도 정신적으로는 얼마나 힘든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알맹이가 빠져 있는지
얼마나 미래가 불투명한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겪어 보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잖아
화려한 무대 뒤에서의 연예인들 모습도
안 겪어 보면 그게 얼마나 힘든지
무대 뒤는 얼마나 어두운지 모르는 것처럼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
글쎄 나는 언제까지 직딩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이 말은, 이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빨리 나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해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내가 보기엔 미래가 가장 불투명한 것 같아
개인의 능력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가 점점 기반을 잡아가는 반면에
직장인은 조직 생활만 했지 개인으로 나온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막막하고 기반도 없잖아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
안정된 직장, 그런 건 정말 옛말 아닌가
그렇다고 공기업, 공무원은 좋을까
조직에서 나와서 개인의 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공공기관의 관료주의 생활을 한 사람들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린 모두 조직 생활을 하지만
언젠가는 이 조직에서 나와야 하고
정년퇴직이든 희망퇴직이든
공공 민간 조직 중 퇴직 없는 조직은 없으니까
우리는 모두 개인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잖아.
우리는 모두 개인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잖아
자,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직딩 세계에 온 걸 환영해
그런데 나는 이제
직딩 세계에서 나가는 걸 더 환영해 주기로 했어
그리고 나도 직딩 세계에서 나가기 위해
내 개인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 시키기로 마음 먹었어
그게 이 직딩 세계의 마지막 관문인 거 같애
대학 졸업을 준비하 듯
직딩 졸업을 준비하려구
그게 어떤 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려나가야 졸업을 할 수 있지 않겠어
한다면 남들보다 빨리 우수한 성적으로~
직딩 졸업을 해야지.
#직딩의세계 #직딩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