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직딩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딩제스 Aug 30. 2017

슬럼프에 빠졌다.

직딩 슬럼프

1. 슬럼프

슬럼프에 빠졌다.

사람 관계

회사 업무

취미 활동

나의 역할

나의 능력

존재 이유

모든 것에 임계치에 달했다.




2. 한계

앞으로 더 나갈 수 없는 상태

더 나가고 싶지 않은 상태

완벽한 슬럼프 상태다.

나는 지금 마치 오르막길에서

시동이 꺼져버린 차 안에 갇힌 듯하다.

엑셀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고 간신히 버티고 서 있다.

안간힘을 써서 차를 멈추곤 있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면 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갈 것이다.

아둥바둥 거리며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저 아래로 떨어진다는 게 억울하기도 하지만

이미 나는 내 한계 이상을 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높은 산은 너무나 많고

나보다 높이 오른 사람도 너무나 많았다.

나는 여기서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솔직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나는 희망을 보면서 살고 싶다.

아니 희망이 보이진 않아도

최소한 나의 희망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

이런 틀에 박힌 회사 생활이 반복된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3. 주객전도

돈을 벌기 위해 내가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건지

뭐가 우선인지 이제는 모르겠다.

회사를 위해 내가 사는 건지

내가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건지

주객이 전도되어 이제 뭐가 ‘주(主)’고 뭐가 ‘객(客)’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무엇을 위한 건지

돈을 벌고 있는 나를 위한 건 없는 건지

이제는 목적도 과정도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모두 다 그냥 먹고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굶을 수는 없으니까 당장 월급이 없으면 안 되니까

돈이 없으면 생계가 막막하니까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4. 행복

행복한 삶, 일을 통한 자아실현

이건 고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회사를 다니면서 행복한 사람이 있기나 할까.

있을 수도 있겠지. 있나? 그럼 회사가 행복한 공간이라면 웃음소리는 대체 어디 간 거지?

모두가 출근하기 싫어 억지로 출근하고

회사 안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출근과 동시에 퇴근하고 싶어 하는

그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회사에서 행복이란 사막의 장미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닐까.

이거라도 없으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거라도 없으면 주변에서 손가락질받을 테니까..

물론 만족하면서 다니는 직딩들도 있겠지

그런데 적어도 나는 아닌 거 같다. 나는 힘에 부친다.



5. 회의

한참을 올라 다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앞을 보니 오르막길이 끝이 없이 펼쳐져 있다.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조차 없이 구름을 뚫고 오르막길이 이어져 있다.

더 올라갈 자신이 없다. 올라가고 싶지도 않다.

여기까지, 아니 이미 나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이 조직 생활에서, 이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다.

너무 팍팍한 삶이나. 너무 버티기 힘든 삶이다.

저 높이 올라가면 남들에게 추앙받을지도 모른다.

대기업 다니는 사람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렇게 힘겹게 올라가서 불행하게 사는 게

남들의 추앙을 받을 삶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다.

아니, 아니라는 답만 나온다.

추앙받는 게 아니라 손가락질받기 싫어서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아니면 사람들이 무시를 하니까.

아.. 이런 시선도 이제 지겹다. 진저리가 난다.

누굴 위한 잣대인가.. 그들은 그렇게 높은 곳에 있나 남을 무시하게

그렇다고 나는 그렇게 높은 곳에 있나 이렇게 힘에 부치는데..




6. 방황

나는 슬럼프에 빠졌다. 인생의 슬럼프.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회사를 떠난다면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떠날지, 떠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맞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가 슬럼프라고 하면 슬럼프고 한계치라고 하면 한계치다.

무슨 이름을 붙여도 좋지만 적어도 나는 이 막막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

밖에서도 길은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이 막막한 현실에서는 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사실 모르겠다.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더더욱 모르겠다.

그저 나가고 싶은 생각만 든다.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더 빈번히 더 강하게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건 한 직장인의 하소연일 수도 있다.

‘아~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데 그냥 다녀라. 돈 버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냐. 나오면 더 고생이다.’

맞다.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다. 그런데 그렇게 참고만 다니기엔, 이렇게만 살기에는 너무 암울하다. 밖이 더 암울할까. 그건 나가봐야 아는 것 아닐까. 더 밝을지, 더 어두울지는.. 여기서는 더 밝아질 기미가 없으니, 더 빛이 없으니 다른 더 밝은 곳을 찾아 나서야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7. 두려움

사실 두렵다. 나간다고 생각하면 두렵다. 끝을 낸다고 생각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망설여지고 두렵고 마음먹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걸 찾기에는 나는 너무 피곤하다. 내일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야 되니까.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하기 바쁜 삶을 살아간다. 슬럼프에서 벗어 날 방법을 찾기도 전에 다시 월요일이 시작되고 화, 수, 목, 금이 오고 토요일 일요일은 생각 없이 쉬다가 다시 월요일을 맞는다. 삶이 이렇게만 반복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희망을 보고 희망을 그리고 꿈을 꾸며 살고 싶은데 그저 쳇바퀴의 반복이다. 이렇게 세월만 가는 거 같아서 나이만 먹는 거 같아서 더 두렵다. 나도 어느새 머리 빠진 차장 부장이 되어 있는 건 아닌지, 더 이상 의욕도 의지도 없이 그냥 다녀서 다니는 회사원, 살아서 살아지는 인생.

꿈도 있고 열정도 있던 패기 넘치던 20대는 가고 무기력만 남은 30대가 되었다. 변화가 필요한데 그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두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막막하고 답답하다.

어디로 가야 할까..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회사 건물 안에 갇힌 내 삶을 어디로 뻗어나가게 할 수 있을까..

대학 때처럼 취업 상담하는 퇴사 상담소라도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에게 상담받고 해결책을 좀 얻었으면 좋겠다.




8. 새로운 길

이번의 나의 슬럼프는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이것은 슬럼프가 아닌지도 모른다. 슬럼프는 어떻게든 이겨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지만, 극복해야 하는 무엇이지만 나는 극복하고 싶지가 않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힘이 들 땐 가던 길을 멈추고 쉬었다 가면 된다. 놀고 마시고 다시 힘내서 가면 된다. 그러나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돌아가야 한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길.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조금 에너지가 있을 때,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새로운 길을 탐색해야 한다. 이대로 내 삶을 벼랑 끝으로 몰수는 없다. 지금 당장 벼랑이 아니더라도 버틸 수 없는 무게로 나는 계속 벼랑으로 몰릴 것이다. 힘은 없지만 능력도 부족하지만 더 늦기 전에 나의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 새로운 동아줄만이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내 인생의 양동이를 끌어올려 줄 수 있다. 새로운 우물을 파야 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을 떠날 준비를 하자.




슬럼프 by 직딩단상

매거진의 이전글 월급날 전/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