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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Oct 19. 2017

기억 자르기

어제 사무실에서 종이를 자를게 많아 처음으로 작두를 써봤다. 큰 작두는 아니었고 A4용지 두 장을 펼쳐 놓은 크기였는데 날이 날카로워 조심히 사용해야 했다.

작두를 쓰다 보니 한 번에 여러 장을 넣으면 종이가 씹혔다. 적당한 양을 넣어야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또 단 번에 자르려고 날을 세게 내리치면 종이가 틀어져 반듯하게 잘리지 않았다. 천천히 잘라야 깔끔하게 잘렸다.

그러고 보니 기억도 그랬다.
한 번에 많이 잘라 낼 수 없었다.
단 번에 잘려 나가지도 않았다.
천천히, 조금씩 잘라야

두꺼웠던 너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잘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장씩 쌓여있던 너의 기억을 종이를 자르듯 아주 천천히, 여러 번에 걸쳐 잘라냈다.

이제서야 다 잘라낸 듯하다.

다행일까. 그래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기억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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