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쩌다 18'을 보다가
주말에 거실을 지나다가 어쩌다 TV에서 나온 ‘어쩌다 18’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교복을 입고 나오길래 ‘학교 2017인가? 아니면 뭐 반올림 이런 건가?’ 하고 봤는데 눈에 익은 샤이니 멤버가 나오는 게 아닌가. 남자 주인공 오경휘, 여자 주인공은 한나비.
중간쯤 봐서 정확한 스토리는 모르지만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오경휘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고 한나비를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챙겨 준다.
공부는 언제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밤낮으로 여자 주인공을 쫓아다닌다.
상대인 한나비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 셋이서 여행을 갔다가 버스 사고로 둘은 목숨을 잃는다. 한나비만 살아 남아 괴로워하며 지낸다.
오경휘가 한나비를 따라다니는 이유는 그녀의 자살을 막으려는 것이다.
초능력이라는 설정이 좀 비현실적이지만 주인공 대사에 의미심장한 내용이 많았다. 특히, 여자 주인공이 자살하려는 장면에서 오경휘는 이런 말을 한다.
[오경휘]
너는 왜 이렇게 너를 안 아끼는데
왜 하필 너는 싸울 상대가 너인 거냐고?
밖에 나가면 싸울 상대가 수두룩 빽빽인데
세상천지에 싸울 상대가 없어서
너 자신을 그렇게 못살게 괴롭히냐?
너는 니가 불쌍하지도 않아?
너는 왜 그렇게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거냐구?
[한나비]
내가 먼데?
지영이랑 다은이는 여기 없는데 내가 왜 있어야 하는데?
다 나 때문이라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구? 그거 다 개뻥이야.
뒤돌아서면 나 때문이라고 수근거린다구.
미치게 힘든데.. 잘 못 했으니까 힘든 게 당연한데
나도 아프다고 여기 심장이.
나 정말 내려놓고 싶어. 죽으면 다 잊을 수 있잖아.
죽으면 다 용서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서 (죽으려고) 몇 번이나 마음먹는데, 안 돼
바보 등신 같이 나도 살고 싶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구
그냥 죽을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오경휘]
무슨 소리야 그게?! 너 바보야?
니 친구들이 그걸 원해? 누가 그걸 원하냐구?
어쩔 수 없었어. 사고였어. 니 잘 못이 아니야.
이런 말 하나도 위로 안 되는 거 알아.
그래도 널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니가 살기 원하는
네가 없으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살다 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에 있을 때도 있어
그러면 그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
내가 갈게
니가 어디에 있든 찾아갈게
살아야 돼
내가 너 때문에 살고 싶어 진 것처럼
너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
아니 살아줘
이 장면을 보다가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
사랑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한다. 공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것. 주인공의 말이 그렇다.
‘내가 너 때문에 살고 있어진 것처럼 너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
두 번째,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진정한 사랑이다.
Self love is true love란 말이 있다. 즉,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고 완성된다는 뜻이다.
너는 왜 이렇게 너를 안 아끼지 않냐고
너 자신을 그렇게 못살게 괴롭히냐고
너는 왜 그렇게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냐는 말은 나 자신에게 한 번 물어봄직한 질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가.
드라마에서 한나비는 이제 첫 번째 사랑을 배운 것이다.
누군가에서 받은 사랑으로 자살할 목숨을 구했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살아간다.
애지욕기생.
그러나 이후에 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상대도 진정으로 사랑해 줄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완성에 지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원하진 않지만 그럴 때도 있다.) 세상에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을 때, 사랑받을 수 없을 때, 그때는 자기 자신만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다. Self love is true love.
어쩌다 본 드라마 '어쩌다 18'에서 사랑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의 대사가 귓속에 자꾸 맴도는 듯하다.
"너는 왜 그렇게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너 때문에 살고 있어진 것처럼 너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
나한테 던지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다18 #어쩌다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