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직딩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딩제스 Sep 09. 2024

즐길 수 없으면 피해라

 직장인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직장 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힘들 때 나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기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것은 정말 위험한 진통제 같다. 


내가 어디 아픈지도 모르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머리가 아파도

속이 쓰려도

이가 아파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지? 하면서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일했다. 


야근에, 주말근무에 밤낮없이 일할 때도 

팀장님이 혼을 내고 윗사람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해도

잦은 출장으로 집에 한 달 넘게 못 가도 참고 버티고 일했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병들고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무기력에 빠져 우울증이 마음을 잠식해 가도

만성피로에, 술로 몸이 망가져가도

나는 스스로 의지가 박약해서 그렇다고 나를 다그치고 눈 질끈 감고 버텼다.


며칠만 버티면 월급 나오니까

한 달만 버티면 여행 가니까

두 달만 버티면 명절에 쉬니까

세 달만 버티면 성과급 나오니까

존버 정신으로 매일을, 한 달을

그렇게 일 년, 이 년, 몇 년을 버텼다.


돌아보니 어리석었다.

힘들 때 휴가를 그냥 낼 걸

버틸 수 없을 땐 병가라도 낼 걸

아니.. 팀 이동, 전직 신청을 할 걸

회사가 하나뿐인가.. 이직이라도 할 걸


이렇게 그만두고 나면 회사처럼 먼 곳도 없는데

내 회사도 아닌데

회사가 내가 아니듯 나도 회사가 아닌데

왜 그땐.. 그렇게 회사가 전부처럼 느껴졌는지

버티고 또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 자신이 망가진다.

회삿일을 다 즐길 수는 없겠지만 회사 밖에 어딘가, 

내가 해 보지 않는 다른 일 중 분명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건 생각이 아니라 경험으로 찾아보고 해 봐야 알 수 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자' 

그리고 새로운 일을 찾자. 


재밌는 일, 힘들지만 해 볼만한 일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나 자신을 깎으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새로운 일을 찾을 엄두도 못 낼 수도 있다.

그럴 땐 쉬어야 한다. 

휴가든, 병가든, 장기 휴가.. 아니며 휴직이라도 써서 잠시 쉬자.

내가 없어도 회사는 망하지 않더라. 어떻게든 내 빈자리를 채워서 굴러가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정신없이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