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직장 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힘들 때 나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기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것은 정말 위험한 진통제 같다.
내가 어디 아픈지도 모르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머리가 아파도
속이 쓰려도
이가 아파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지? 하면서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일했다.
야근에, 주말근무에 밤낮없이 일할 때도
팀장님이 혼을 내고 윗사람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해도
잦은 출장으로 집에 한 달 넘게 못 가도 참고 버티고 일했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병들고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무기력에 빠져 우울증이 마음을 잠식해 가도
만성피로에, 술로 몸이 망가져가도
나는 스스로 의지가 박약해서 그렇다고 나를 다그치고 눈 질끈 감고 버텼다.
며칠만 버티면 월급 나오니까
한 달만 버티면 여행 가니까
두 달만 버티면 명절에 쉬니까
세 달만 버티면 성과급 나오니까
존버 정신으로 매일을, 한 달을
그렇게 일 년, 이 년, 몇 년을 버텼다.
돌아보니 어리석었다.
힘들 때 휴가를 그냥 낼 걸
버틸 수 없을 땐 병가라도 낼 걸
아니.. 팀 이동, 전직 신청을 할 걸
회사가 하나뿐인가.. 이직이라도 할 걸
이렇게 그만두고 나면 회사처럼 먼 곳도 없는데
내 회사도 아닌데
회사가 내가 아니듯 나도 회사가 아닌데
왜 그땐.. 그렇게 회사가 전부처럼 느껴졌는지
버티고 또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 자신이 망가진다.
회삿일을 다 즐길 수는 없겠지만 회사 밖에 어딘가,
내가 해 보지 않는 다른 일 중 분명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건 생각이 아니라 경험으로 찾아보고 해 봐야 알 수 있다.
재밌는 일, 힘들지만 해 볼만한 일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나 자신을 깎으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새로운 일을 찾을 엄두도 못 낼 수도 있다.
그럴 땐 쉬어야 한다.
휴가든, 병가든, 장기 휴가.. 아니며 휴직이라도 써서 잠시 쉬자.
내가 없어도 회사는 망하지 않더라. 어떻게든 내 빈자리를 채워서 굴러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