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제초 작업
요즘 정신없이 산다.
몸이 바빠서 정신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이 바빠서 정신이 없다. 할 일이 엄청 많은 게 아니라 일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정신이 없다. 내 마음도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점포 준비에, 온라인 몰 준비에, 창고 정리에, 각종 서류 작업에.. 집안일, 육아는 기본이다. 텃밭 가꿀 새도 없이 잡초만 무성히 자랐다. 잡초는 뿌리에 뿌리를 뻗어 마당을 잠식해서는 원래 마당의 모습을 덮어버린지 오래다. 잡초에 덮인 마당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원래 내 모습은 뭐였지?’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메뚜기처럼 뛰어다닌다. 나의 마음도 따라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혼이 반은 빠져 있다.
‘나는 어떻게 지내는 거니?’
나는 요즘 주어진 일을 쳐내면서 사는 것 같다.
치과도 가야 하고, 건강검진도 받아야 하고, 읽어야 할 책도 있는데 미뤄두기만 한다. 마치 할 일들이 내 앞에 한 줄로 쭈~욱 줄을 서서
‘나를 어서 쳐 내줘’
‘나를 빨리 쳐내달란 말이야!’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여기를 봐도 일, 저기를 봐도 일.. 읽고 싶어서 산 책들도 책상 한편에 쌓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책 읽는 취미도 언제부터 일이 되어 버린 거지?’
그나마 내가 쉴 곳은 글쓰기밖에 없는 것 같다. 텅 빈 종이에, 커서만 깜빡이는 검은 화면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형체가 없어서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써진 게 없으니 생각할 것도 없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그때그때 기분대로.. 욕을 써도 좋고 아무것도 안 쓰고 멍하니 있어도 좋다.
이렇게 글이 써지면 그냥 쓴다.
쓰면서 생각하고 쓰면서 정리한다.
머릿속에 무성한 잡초를 글을 쓰면서 제초 작업을 한다.
그래, 머릿속 제초 작업.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마음이 편안하다. 잡초를 뽑고 본래 마당의 모습을 찾듯, 글을 쓰면서 원래 내 모습을 찾아간다.
뜨거운 여름도 지났으니 머릿속 마당을 가꾸면서 살아야겠다. 오래된 잡초는 뽑고 마당의 본래 모습을 찾아야겠다.
#머릿속제초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