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인간을 사람답게도 만들지만 사람을 비굴하게도 만든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가시고 껄끄러운 존재가 된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주변 지인으로 남을 수 있을 텐데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보다 더 남이 된다.
감정의 비극이다.
미련이란 감정은 더욱이 사람을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쿨 해져야 하는 세상에 깔끔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사람으로 만든다. 아무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면 아주 쿨하고 멋진(?) 사람이 될 텐데 말이다.
다른 감정은 어떤가
많이 웃으면 가벼운 사람이 되고
안 웃으면 무서운 사람이 되고
힘든 감정을 내색하면 나약한 사람이 되고
삐지면 속 좁은 사람이 되고
화내면 성격 더러운 사람이 되고
담아두면 소심한 사람이 되고
울기라도 하는 날에도 아주 못난 놈이 된다.
감정은 피곤하다.
사람이 이성적으로만 움직여 준다면 아무도 괴로워할 일은 없다. 왜 좋아해 주지 않느냐고 떼를 쓸 필요도 없고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면서 성가시게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아무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저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자고 돈 벌고 다시 먹고 일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세상이 좀 더 깔끔해지지 않을까.
건조하겠지만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의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