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단상
저는 지금 호주 남쪽에 위치 한 타즈매니아 섬, 호바트에서 항구를 바라보며 일요일 오후를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로써 휴가 8일 째를 맞았습니다. 서울에서 9,000km 떨어진 이 곳에서 혼자 일요일을 보낸다는게 새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어제는 멜버른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이 섬에 좀 더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도시 사람이라 제겐 도시가 더 편합니다. 지하철과 버스, 교통시설이 잘 되어 있고 빌딩과 돌아다니고 놀 곳이 많은 도시에 익숙한 사람이라 시골은 조금 불편 합니다. 여긴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한참 있어야 오고 사람도 별로 없고 5시가 되면 가게가 거의 다 문을 닫습니다. 6시 넘으면 밥 먹을 곳을 이리저리 찾아야 다녀야 됩니다.
그래서 다시 멜버른으로, 도시에서 머물까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탈려고 했는데, 2박 3일 더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약간의 휴식 같은게 필요하기 했고 어차피 여기 있으나 멜버른에 있으나 혼자인 것은 마찬가지기에 복잡한 도시 보다는 조용한 섬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일 할 때도 휴식이 필요하듯 여행 중에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곳은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 도시, 어떻게 보면 경남 통영 같기도 하고 부산 초량 같기도 합니다. 언제 또 이런 조용한 외국 항구 마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겠나 해서 그냥 이틀 정도 더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평화로워서 좋기도 합니다.
혼자 부둣가에서 해지는 것을 보면서 여행 중 찍었던 사진을 보고 또 여행 중 소중했던 순간들을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 들을 더 많이 보고 느낄 수록 더 빨리 잊혀질까봐 곰곰이 되새겨 보는 시간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더 많이 기억하기 위해 더 오래 남기기 위해서는 그다지 노력을 안하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면 과연 몇 장면이 우리 머리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더 남아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담는 것만큼이나 남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런 시간 입니다. 일주일의 여행을 되돌아 보고 다음주 여행 계획을 새워봐야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이렇게 담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이번 주는 어떤 의미들이 있었는지, 다음주는 또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계획하는 시간을 말이죠.
Australia, Hobart에서 #상욱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