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된 것에 대한 답습
이렇게 맞게 쓴거 처음 본다.
'Grand Opening'
퇴근 길 버스 정류장에서 너무 반가워서 찍었다.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거의 99% 광고 전단지에 Grand Open이라 써져있다. 틀린 표현이다.
- Grand : 거대한, 형용사다.
- Open : 열린/열다. 형용사/동사 형태다.
해석을 하면 '거대한 열린', ‘거대한 열다.' 어색한 말이 된다. 정확하게는 '형용사 + 명사'가 되어야 한다. 즉, ‘대 개장’이라는 표현은 Grand Opening이라고 써야 한다.
동사에 + ~ing 붙이는 형태를 영문법으로는 Gerund/동명사라 한다. 문법적인 설명을 떠나서 우리는 이미 이 형태를 쓰고 있다.
"그 오프닝 행사 있잖아." (오픈 행사 잘 안 쓴다.)
"엔딩 송은 어떤게 좋을까?" (엔드 송이라 잘 안 쓴다.)
"우리가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지. (오프닝 마인드 잘 안 쓴다.)
"그 가게 언제 오픈하지?" (언제 오프닝 하지, 잘 안 쓴다.)
정리하면 오프닝 = 명사, 오픈 마인드 = 형용사, 오픈하다 = 동사 형태로 맞게 쓰고 있다. 그런데 유독 Grand Open만 형용사 + 형용사 형태로 안 맞게 쓰고 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영어를 문법적으로 따지자는게 아니라, 일을 하는데 있어서 틀린 방식을 답습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포스터를 만드는 마케팅팀 담당자가 Grand Open이라고 쓸지 Grand Opening으로 쓸지 한 번이라도 고민을 해본다면 후자가 더 자연스럽다는 걸 알 수 있다. (Google이라도 좀 검색해 봐라!) 그런데 이 전에도 Grand Open이라 썼고, 길을 가다보면 백화점도 다 Grand Open이라 써져 있으니 하던대로, 쓰던대로 그냥 쓰는 것이다.
틀려도, 잘 못 되었어도 그대로 답습한다.
이것은 영어 표현 뿐만 아니라, 사회 제도, 병영 문화, 정치, 경영 저변에 만연해 있다.
왜 군대에서 쓰는 USB가 95만원이고,
왜 Global 시대에 영어교육은 계속 일제시대 독해 위주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잘 못된 방식을 몇 십 년째 답습하고,
왜 시위하는 시민보다 진압하는 경찰의 수가 몇 배가 많은지, 이 많은 경찰 병력 운영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더욱이 닭장 차에 둘러싸인 국민들의 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묻히는지..
왜 공기업인 한국 전력 공사는 현장직 비정규직을 90% 이상 쓰면서 월급은 반도 안 주는가, 그러면서 공기업이 몇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고..
Grand Open 보고 사회 전반적 문제까지 이야기는 것은 비약 일 수 있다.
그러나 잘 못된 것을 답습하는 행태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틀렸다고 이야기 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다.
#63빌딩 #아쿠리움 담당자 참 잘했어요.
#GrandOpening #직딩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