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병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여야를 떠나 진보/보수를 떠나서도 매우 반색할 일이다.
반대론자들은 북한을 이유로 반기를 들겠지만 (남북 국방력, 국방비 비교는 나중에 하더라도) 군의 현대화 가 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모병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한 간에는 젊은이들 중에 월 200만 원 준다고 해도 누가 가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 잘 했다. 월 300만 원을 줘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 군대다. 연봉 1억이면 생각은 해볼게, 라는 사람이 있지만 그만큼 군대가 가기 싫고 있으면 견디기 힘든 곳이 군대다. 왜?
60년 간 한국군은 전쟁 한번 하지 않고도 많은 병력을 잃었다. 군대 자살. 군 사망원이 1위(66%)가 자살이다.
군대 가서 왜 죽냐고 한다. (늘 그렇듯 우리 사회는 개인 탓으로 돌린다.) 얼마나 힘들면, 얼마나 억울하면, 얼마나 답답하면 그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겠나.
그리고 다치고 아프기라도 하면 제대로 대응을 못해 억울한 죽음을 맞기도 한다. 다반사다. 안 다치고 무사히 살아서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건지.. 원..
그래서 전역자들은 이런 군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군에 갔다 왔다고 혜택 받는 것도 없고 안 가면 죄가 성립되어 감옥에 간다. (죄수복보다는 군복~) 그렇기에 군복무자들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고 생각기 보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는 식의 피해의식이 있다.
사나이로 태어나 군대에 안 가도 할 일이 너무나 많은 보통의 한국 남자들(돈 없고, 빽 없고, 시민권 없고, 요령 없는)은 이런 피해의식을 군미필자들과 병역기피자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쏟아 낸다.
"넌 군대를 안 가서 이래."
"야.. 너 군대 가면 좀 많~이 맞겠다."
"군대 가서 정신 좀 차리고 와."
"남자가 군대를 가야 남자지."
"아직도 군대가 안 가고 뭐해? 니보다 나이 어린애들한테 갈굼 받으면 너 기분 진짜 X 같애.'
심지어 여자들 중에도 이런 말을 하는 분이 있다. 허허.
육군 병장 만기 전역한 저로서 한 말씀 올리면 이런 싸잡아 식 군대 발언에 대해 모두 거부하는 바이다. 군대는, 특히 한국 군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TV 오락프로에서 보는 것만큼 멋있거나, 재밌거나, 정당하거나, 생산적이지 않다.
묻고 싶다.
"당신의 가족이, 남동생이 군대에서 죽으면 당신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군대에 가야 된다고 하겠나."
"당신의 아들이 군대에 가야만 남자가 된다면 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남자다운의 모습의 정의'는 무엇인가. 군에 가야지만 그 모습으로 키울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영국 남자, 미국, 일본, 중국 남자는 죄다 호구란 말인가."
남북 대치 상황에서 강한 국방은 필수다. 또 강대국 사이에서 국방력은 곧 국력이자 외교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군자 살, 군가 혹 행위, 군성폭력, 군대 비리, 방산비리 등 북한과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이런 문제가 군의 폐쇄적 구조, 즉 징병제에 그 원인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오픈하지 않고 풀 수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례 가장 고인 물은 군사 조직이다. 썩을 대로 썩었다. 군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군대 개혁을 해야 한다.
모병제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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