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석천 Mar 20. 2016

나이를 먹지 않는 내 친구에게...

너, 거기선 잘 지내고 있는거지?


또 한 해가 흘렀다, 친구야...

너는 그대로인데 나만 한 살을 더 먹었다.


어디로 보내야 네가 볼 수 있을지 몰라

네가 제일 좋아하던 공간에 쓴다.
나는 벌써 거의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를 잊은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나는- 대부분은 잘 지내는데,

가끔,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지가, 사무치게 밀려오는 바람에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어.

점점 더 가끔- 더 더 가끔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요즘은 왜 이리 자주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한해 한해 슬슬 나이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는데,

너만 나이 안 먹는게 부러워서 그런가부다...



2년 전만 해도 우리-

10년도 더 된 추억까지 꺼내놓으며 깔깔댔었는데.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너만큼은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거라고.

네가 우리 대신 그 추억들 다 기억해줄거라고,

그랬는데.

그 많은 추억 혼자 다 갖고 가버리기 있냐?


나중에 너 만나면,

이렇게 좋은 세상 왜 먼저 갔냐고-

더 살아보면 이렇게나 좋은걸 왜 포기했냐고-

나는 이 좋은 세상 얼마나 잘 살았는지 아냐고-

자랑하면서 놀려주려고 했는데,

아직은 생각만큼 잘 안 되네...


살아서는 니가 맨날 나 놀렸으니까,

다음에 만나면 내가 너 좀 놀려보게-

너도 도와줄거지?

내가 너 만나면 꼭 자랑할 수 있게.



누군가 소원을 딱 하나 들어준다면,
한번만, 한번만 그때로 돌아가서 네 마지막 전화를 다시 받게 해달라고 할텐데.


그랬다면, 우리 같이 나이들어 갈 수 있었을까...


그래서, 넌-

좋냐?

혼자 나이 안 먹어서.



2016년 4월


벌써 2년...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아주 간단한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