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짐을 싼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행의 연장 같아
결코 수고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 즐거움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지만
여행 짐을 푸는 것은
자꾸만 자꾸만 미뤄지곤 한다.
그 사이의 여행이란
그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지와 상관 없이
짐을 푸는 순간
마법처럼
한 순간이 되어버리기 때문일까
길고 긴 위인의 인생도 한줄로 요약되듯
다사다난하고 알록달록했던 그 수많은 순간들이
그저 한 덩어리의 기억뭉치가 되어버려서일까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나의 짐은 여전히 방 한켠에
덩그러니
2017. 1. 20.
사실 그냥 귀찮은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