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가 나빠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던 군자 사촌언니의 집
회사에서 오래 일할 줄 알고 구했던 염창의 집
내가 살던 동네가 너무 좋아 동생과 함께 살았던 본가에서 10분 떨어져 있던 화명의 집
프리타족으로 먹고살 수 없음을 인정하고 회사에서 구해줬던 집에서 살던 동탄의 집
그리고 다시 서울로 와 처음으로 전세를 얻어 살게 된 지금 삼전의 집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을 알아보고 큰돈을 빌려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제야 비로소 정말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남의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중단하고 해야만 하는 일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게 지금의 제 밥벌이가 되었어요라며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가 바로 나의 프리타족 시절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정말 인정하려 한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로 돈을 벌면 그 일이 죽을 만큼 싫어진다는 것을.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하는 좋아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별개로 둬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예전의 나는 싫어하는 일 하지않으면 그만이지라는 안일한 생각 속에 먹고살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얼마나 미련하고 불쌍하게 생각했던가. 그게 내 밥 먹여 살리는 건 줄도 모르고. 교만했던 지난날을 반성 중.
역시나 나는 나의 흔적을 지우고 다시, 또다시를 반복하는 와중에 나는 또 나의 과거 글들을 다 지워버렸다. 나의 부끄러운 글들을 감당할 강한 마음이 나에게는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다. 예전에는 불안하고 우울감이 찾아올 때만 글을 써 내려갔는데 이제는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궤도 안에서 나를 써내려 가보려 한다.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게 1년 반만의 일이다. 가슴에 꽝하고 박히는 멋진 글을 쓸 자신은 없지만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내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