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해경 Jun 10. 2023

죽음과 생명

"저 ㅇㅇ예요."

"아! 네!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카톡 통화를 통하여 숨을 헐떡이는 목소리가 가냘프게 들린다.

"저가, 오늘, 내일 해요. 저의 임종예배를 목사님께 좀 부탁드린다고 말씀 전해 주세요."

"네? 아니, 좀 어떠세요?"

"병원에서 이제 해줄 것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집에 있어요."

"아이고, 회복하셔야죠. 그리고 다른 것은 염려하지 마세요."

"남편의 전화번호를 보낼게요. 이 전화가 오면 받아 주세요."

"네네. 걱정하지 마시고요, 힘내세요!"


동네분이시다. 새벽기도에 오신 적이 있었다. 그것도 3, 4년 전에. 그때 암 판정을 받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새벽에 나오셔서 열심히 기도를 하셨다. 한 달 가까이를 나오셨는데 암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뵙지를 못 했다. 그런데 이제 죽음을 앞두고 친히 임종예배를 부탁하러 전화를 하셨다. 본인의 임종예배를 친히 부탁하시는 그 심정은 어떠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예수님을 잘 믿으시는 분이셔서 분명히 천국에 가시겠지만, 그러나 남겨진 남편, 자녀들을 생각한다면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하는 마음이 들어, 너무 측은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시아버지는 아침 잘 드시고 점심때 친구분들과 장기 두려 가셨다가, 장기를 두시는 도중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향년 93세. 모두들 호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아무런 말씀도 남기시지 않으시고 돌아가신 것이 아쉬웠다. 시어머니는 약간의 노환을 가지고 계셨지만, 잘 지내시다가 92세에 돌아가셨다. 역시 호상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두 분 다 예수님을 잘 믿으셨다.)


친정아버지는 췌장암에 걸리셨다. 수술 후 병원에서 길어야 6개월 더 사실 수 있다고 했는데, 1년을 채우시고 돌아가셨다.  그때 친정엄마가 하신 말씀, "아이고, 이럴 줄 알았다면 2년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 걸, 1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만, 꼭 그 기한을 채우셨네. 불쌍한 영감, 천국에서 봅시다." 친정아버지는 그때의 연세가 84세이셨다. 


내 마음이 아직도 아린 사람은 친정엄마이시다. 엄마는 91세에 돌아가셨는데, 고생하시다가 가셨다. 변비가 심하셨다. 어느 날 탈장이 생겨, 91세에 수술을 하셨다. 원래 기력이 약한 분이셔서, 밥도 잘 드시지 못하시고, 항상 몸이 건강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수술을 이겨내기지 쉽지 않으셨던 것 같다. 엄마는 수술 후, 중환자실에 계셨다. 초기에는 의식이 있으셨으나, 차츰 의식이 흐려져서, 나중에는 거의 호흡만 유지하는 상태가 되셨다.  중환자실에 첫 면회를 갔을 때는 나를 알아보시고 웃으셨는데, 두 번째 면회에서는 눈만 감고 계셨다. 그렇게 보름정도를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친정부모님을 떠나 외지에서 살고 있는 나는 부모님께 제대로 된 효도 한번 해드리지 못했다.)


세월은 이렇게 빨리 흘러가, 이제는 내가 노인이 되었다. 살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짧게 남았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미리 준비하시는 그분의 전화를 계기로, 나는 죽음의 다양한 얼굴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젠가 하나님이 부르시면 나도 가야 한다. 


"호주에 있는 첫째 딸과 미국에 있는 둘째 딸이 비행기 타고 오는 데 시간이 걸리니,  일주일 정도는 아팠다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성수기는 비행기 티켓 구하기가 힘드니, 비수기에 죽어야 하는데."


나의 중얼거림에 남편은 별걱정을 다한다고 웃는다. 이런저런 조건들 때문에 나의 죽음이 수더분해 보이지가 않는다. 


아침에 뒷동산으로 산책을 갔다. 푸르른 나뭇잎들과 맑은 공기, 그리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단비와 새들! 모든 것들이 살아있음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렇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지금 우리 집 옆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에서부터 놀이터에 할 일 없이 앉아 쉬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생명, 한 생명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러나 이 세상의 생명이 전부가  아니다. 영원한 생명이 있다. 그 생명은 100세 인생의 현재의 생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영원한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용인 농촌 테마파크의 꽃

모든 사람들이 매일의 삶에서 살아있음을 감사하기를, 그러나 좀 더 영적인 눈이 열려, 내가 아는 모든 분들이 영원한 생명 있음을 알고, 천국을 준비하는 삶이 또한 되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6월 3일 용인 농촌 테마파크에서



작가의 이전글 바자회 같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