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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ug 19. 2023

일본의 후쿠오카(Fukuoka)

(선교 보고서)

8월 14일(월)~18일(금)까지 일본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단톡방에 올라온 글에서 남편은 "후쿠오카'를 '후쿠시마'로 읽는 착각으로 참가신청을 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실수였으나,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그분의 계획하심이 있는 참가이었다.  


(11시에 도착한 인천공항에는 본국으로 떠나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한국이란 나라가 어땠니? 잼버리의 생활은 재미있었니?"라고 묻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았으나, 그들은 그룹으로 모여 있어서 말 걸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덩치는 작지만 매운 고추처럼 여러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 나라의 재능과 그 발현됨을 그들이 조금이나마 보고 듣고 간직하고 가게 되었기를 기원해 본다.)

22인의 선교 요원들은 구미에서, 성남에서, 수원에서, 서울에서, 용인에서 온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가장 어린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1명, 중학생 5명(남학생 4명, 여학생 1명), 여자대학생 2명, 성인 14명으로 구성되었다.  선교주최팀이 식사로 누룽지, 미숫가루, 건빵을 준비하고, 교회 건물에서 남녀구분하여 한방에서 함께 자며, 침낭까지 준비해 와야 한다는 이 무지막지한 요구사항에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다. 일 년에 한, 두 번 교회 수련회에서 2~3일 정도 경험하는 이런 상황을 4박 5일 동안 경험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내의 훈련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8월 14일(월요일) 1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출발 전 모습

2시 30분에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후쿠오카 공항역에서

 공항선에서 하코자키선을 갈아타고 일본 후쿠오카 한인교회가 있는 지요켄초구치역에서 내려, 걸어서 교회에 도착하니 거의 오후 5시 30분경. 

간단한 전체미팅 후,  각자가 준비해 온 누룽지로 저녁식사를 했다. 저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기내식이 없다 보니 시장이 반찬인지라 뜨거운 물은 부었지만 다 풀어지지도 않은 누룽지밥에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저녁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와! 새로운 미각의 발견이었다. 


도착예배 후, 세면시간. 이 교회에는 작은 대중목욕탕이 설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8명의 여자들에게 주어진 샤워시간은 단지 30분. 모두 함께 샤워기를 사용하여 흘린 땀을 씻어내고 나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늘 편안한 환경에서 마땅하게 여겼던 일들이 모두 감사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의 연속이었다.


팀별로 모여 일본어테스트를 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취침이 가능하다. 나는 어제(8월 13일) 3주간 한국에 머문 첫째 딸을 호주로 보내고, 부랴부랴 선교여행을 준비하느라 일본어를 공부할 틈이 없었다. '아이고, 이 일을 어떡하나?'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와 팀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 

일본에서의 하루가 스르르 지나갔다.


8월 15일(화요일), 개별적인 새벽기도 후, 7시부터 양육(성경공부) 시간. 양육 후 팀원들과 함께 각자의 누룽지밥과 가져온 밑반찬을 함께 먹으며 즐거운 아침식사를 마쳤다. 


오늘은 교회 주변을 돌아보면서 일본의 상황을 알아보며, 또 길거리 전도를 시작하는 날이다. 

교회 출발 전,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양하는 시간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주 건강하시던 목사님 한 분이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픈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귀신의 나라인 일본의 영적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분은 노방전도의 대가이신데, 그 노방전도를 지금 못 하게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그분을 위해 중보기도를 했다. 함께 길거리 전도를 출발하셨다가 그분은 잠시 쉬기로 하고, 우리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제시하며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걸어서 도착한 곳이 신사. 일본인들은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일본의 2대 종교라고 하면 불교와 신도(神道)이다. 설날에는 신사에 가고, 우리나라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본(양력 8월 15일)에는 절에 가는데, 마침 그날이 오본이어서 사람들이 다 절에 갔는지 좀 한가했다. 

일본은 섬나라여서 자연재해가 많은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무엇이든 믿고 의지하려는 심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신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만 하면 적절하게 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유일신이며 살아계신 하나님은 그들이 즐겨 섬기지를 않는지 의문 중의 의문이다.) 신도(神道)는 일본인의 대다수가 믿는 종교인데 사실 신도를 종교로 느끼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신도(神道)는 믿기보다는 그저 생활로 함께 하는 형식이라고 한다. 강, 나무, 돌 같은 자연물에 깃든 신이나,  사람이 죽어서 된 신 등 다양한 신을 모시는데 '팔백만 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인 오미와 신사는 신사 뒤에 있는 산을 신으로 모신 곳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본 전쟁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한 A급 전범자 14인과 대만침략, 러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등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죽은 이들, 심지어 끌려온 중국인, 조선인, 대만인의 혼령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 행위는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들에게"앞으로 일본을 지켜달라"라고 비는 행위로, 과거의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이들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는 행위이며, 침략에 동원된  중국인, 조선인, 대만인까지도 일본을 지키는 신이 되어 있는 아이러니가 있다.


신사에서 가난한 사람은 종이에 그들의 소원을 적어 달아 놓고

돈 있는 사람은 나무에 그들의 소원을 적어 달아 놓고 있다.

 도시 곳곳에 신사와 절이 있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의 슈퍼마켓처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점심은 신사 옆 나무 밑에서 미숫가루로. 

교회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길거리 전도를 하면서, 질서 정연하게 줄지어 다닌다.

씻고, 저녁 먹고, 저녁집회 후, 다시 양육(성경공부) 시간 후 10시 30분경에 취침. 

저녁 예배
양육(성경공부) 시간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잘 자지 못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 거의 2만 보는 족히 걸어서인지 일본에서 잠잔 4일 중 가장 숙면을 취한 날이었다.


8월 16일(수요일). 어제 허리가 심히 아팠던 목사님이 깨끗이 나았다. 모두가 중보기도의 기적을 체험했다. 또한 어제 한 명의 대학생이 신사에 갔을 때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고 한다. (두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는데 그 여대생은 다른 팀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 팀원들 모두가 기도하기 시작했고, 통증이 가라앉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치열한 영적 전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는 곳마다 기도하고 찬양했다.) 


오늘은 전철을 타고 인공호수가 있는 오호리 공원에 가서 전도하는 날이다. 길거리 전도를 하다 보니 생각 외로 네팔인들이 참 많이 일본에 와 있었다. 그들은 힌두교를 믿는다고 하는데도, 낯선 이방인의 땅에서 같은 이방인을 만나서인지 우리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일본인들도 대체로 친절했으나 또한 단호했다. 

"스미마센(실례합니다)"이라고 하면 멈춰 서서 친절하게 우리를 쳐다본다. 

"코레오 이치도 욘데미테쿠다사이(이것 한번 읽어 보세요)" 하거나

"이에스사마 신지테쿠다사이(예수님 믿으세요)" 하면서 전도지를 건네면 

"이이에(아니요)"하고 단호하게 거부한다. 

(팀원들이 모두 파파고 번역앱으로 전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희희낙락했는데, 전도할 때 집중을 위해 폰을 수거했을 뿐만 아니라 와이파이가 안 되어서, 위의 세 문장은 꼭 암기해야 하는 필수 문장이었다. 일본어를 공부해 오신 분이나 아시는 분들은 좀 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나의 경우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고 나서 "Okay"라고 하면 오히려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했다.)


일단 만화로 된 일본어 전단지를 받는 것만 해도 큰 성공이다. 

받은 전단지를 자세히 읽어보는 일본인의 장면과 직접 대화로 전도 중인 장면


도심 속 오호리공원은 잔잔한 호수와

지저귀는 새들,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북적이는 사람들.

중간에 있는 이 두 아가씨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k-pop 신봉자. 우리를 만난 것에 대해 아주 좋아했다.

공원을 돌아다니며 전도하고 나오다가, 와후쿠(일본 전통복)를 입은 남녀를 만나 찰깍 사진 한 장.

후쿠오카 지역이 제주도보다 더 남쪽이어서인지, 일반적으로 꽃들이 크다.  공원 화단에 핀 꽃이다.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와서, 수요 저녁예배를 후쿠오카 교인들과 함께 드렸다.

그리고 성경공부 후 취침.


8월 17일(목요일). 오늘은 교회 주변의 오고 가는 길과 시청 옆 히가시 공원에서 전도를 한다. 

일본인들이 전단지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15일(화) 첫날에는 10% 정도, 수요일에는 15% 정도, 목요일에는 18%~20% 정도로 상승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드디어 점심은 누룽지에서 벗어나 마트의 푸드코너로 가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그리고 망고 한 잔의 사치와 호사!

저녁밥으로는 전체가 함께 먹을, 마트에서 파는 스시와 컵라면을 사고, 한국으로 들고 갈 각자의 선물을 샀다. 

우리 팀이 애용한 마트
유메에 전시된 와후쿠

일본에 있을 당시, 태풍피해가 없었느냐는 카톡 문자를 받았는데, 도착하는 월요일은 엄청 더웠다. 그래서 모두들 길거리 전도에 대해 걱정했었는데 화, 수, 목요일 오전까지 아주 가는 보슬비가 오거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거나, 덥지 않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서 길거리 전도하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모든 것을 아시고 최적의 상태를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전도활동이 끝난 목요일 오후부터 비다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 먹은 후 열린 저녁예배는 은혜를 도가니였다. 모두를 축복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8월 18일 (금요일) 아침은 생략 혹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7시에 모두 교회 앞으로 모였다. 한국으로 가기 위해 다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야 한다. 이번에는 후쿠오카 교회의 배려로 차 한 대에는 짐을, 한 대에는 사람이 타고 간다.(올 때는 무거운 여행가방을 계단 위로 끌어올리는 고난의 여정을 가졌다. 그러나 이것 또한 감사했다. 일본의 만만치 않은 영적전쟁에 긴장감을 더하는 순간이었다.)

날씨는 다시 화창하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하나님의 군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무엇보다 귀하고 아름답다. 


비행기 밖의 하늘도 너무나 청명하고

어느새 하나님은 하늘의 구름사탕까지 만들어 주신다.

지금도 살아계시고, 한 영혼, 한 영혼을 끔찍이 사랑하시는 하나님, 비극의 역사 때문에 그다지 일본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일본의 영혼도 우리만큼 끔찍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하신 하나님! 일본선교의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P.S. 일본을 품게 하신 하나님! 이 찬양가사처럼 메마른 일본 땅에 열매 맺히고 웃음 가득하며, 꽃이 피어나, 꽃도, 구름도, 바람도, 큰 바다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수요예배 시 후쿠오카 교인들 앞에서의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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