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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ug 20. 2023

 아기는 모래알만큼 자라기 위해 바다가 필요하다

(바람아래 해수욕장의 모습)

깨금발로 자라기를 갈망하는 한 아기

소파에 기대어 자람의 고민을 하다

지쳐 손가락 빨며

잠이 든다.

꿈속에서 

저 멀리 서해안의 만리포 바다가 

만리포 해수욕장의 아침전경

아침 일찍 깨어난 모래사장의 파라솔이

밤새껏 숨죽이다 하품소리 토해내는 파도가

파도의 기지개 소리에 놀란 강아지가

아침 세수를 즐기는 조약돌이

 아기를 부른다. 

아기는 아직도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두리번거리며 그들을 찾다가

누가 자기를 불렀는지 생각에 잠긴다.

아침을 시작하는 바다는 활기를 더하고 

물살을 가르는 수상보트 소리에 

아기는 놀란 눈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자라기 위해 바닷물에 몸을 담가야 한단다, 아가야! 

엄마 뱃속에서 자랏 듯이, 자연의 뱃속에서 자라야 한단다.'

쌓아놓은 모래성 안에 앉아, 아기는 바다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아기는 모래알만큼 자랐다.

만리포 해수욕장 저녁노을 

이튿날, 아기는 다시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바람아래 해수욕장

밤사이 새들이 날아와 바다의 친구가 되었다.

아기는 바다와 새들에게 손짓하며

"나와도 친구가 되어줘!"라고 외치지만, 새와 대화에 빠진 바다 대신에 , 하늘이 살포시 구름이불을 가져온다.

모래는 쑹쑹 모래구슬을 만들어주며 아기를 위로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기는 못내 아쉬운지 파도소리를 흉내 내며 바다를 부른다.

그렇게, 오늘도 아기는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알만큼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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