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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Dec 24. 2023

중1과의 전쟁!(4)

악동 2,3,4,5

악동 2는 정민이다. 외모만 보면 너무 귀여운 아기천사 같다. 작은 키에 쌍꺼풀진, 총기가 가득한 눈. 귀엽게 생긴 외모! 그런데 입만 벌리면 언어폭력, 즉 다른 학생들을 비하하고 욕한다. 외모와 상반된 모습에 다들 처음에는 조금 놀라고, 그다음에는 기대치를 무너뜨리는 그 아이의 모습에 화가 더 치밀어 오르게 하는 그런 아이이다. 이 아이의 아빠가 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이신데, 문제학생 상담으로 학교를 방문했을 때 호출한 담임선생님을 만나지 않고, 교감선생님이나 부장선생님을 만나겠다고 해서 교무실 선생님들의 성토의 대상이 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의문이 생겼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 자식의 잘못을 담임선생님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것보다 부장선생님에게 사죄하는 것이 더 사죄의 깊이를 더한다고 생각하셨을까? 아니면 그분의 고차원적 사과를 평범한 평교사는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셨을까? 아니면 너무 부끄러워서 담임선생님의 얼굴은  차마 보지 못하겠고 제삼자를 통해 사과의 말을 전달하고 싶었셨을까?  모를 일이다. 어쨌든 요 쪼그만 아이가 학급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반가대회가 있어서 반가를 정하는 일이 있었다. 12곡 정도의 곡이 선정되어서 그중 1곡을 정하기로 했다. 손들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였고 그중 13표를 받은 한 곡이 정해졌다. 그런데 이 정민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이렇게 외쳤다.

"아이씨, 나 이곡 안 불러! 무슨 유치원 노래를 부른다는 거야. 쪽팔려 안 해!"

나는 '이제 이곡으로 연습해라'라고 반 전체에 말하려고 하던 찰나였는데, 갑자기 정민이가 깽판을 치니 기가 찼다. 

"야! 노정민! 너 무슨 짓이야!"

그 아이를 향하여 화가 나서 고함을 쳐도, 반 분위기는 벌써 술렁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다시 투표하자는 말이 나온다.

"너희들 다 바보들이야? 왜 정민이 말 한마디에 결과를 뒤엎으려고 하니? 다들 생각이 없는 거야?"

앞에 앉은 한 아이가 슬쩍 말한다.

"인생이 힘들어져요."

"뭐? 이 아이의 말을 안 들으면 힘들어진다고? 야, 노정민, 너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노정민은 '나는 아무 상관없어요'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위로 들썩거린다. 속으로는 '아이고 저놈! 꿀밤 한 대 딱 주면 좋겠구먼. 얄밉기는!'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왔지만, 반 전체의 분위기가 다시 투표하자는 방향으로 가니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투표하여 다른 곡이 선정되었다.  이 아이가 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다. 영어시간에는 제일 큰 소리로 대답한다. '이 정도쯤은 다 알고 있어요'를 나에게, 또 아이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 정도 똑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이의 단점은 지독히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익되는 것에는 재빨리 움직이는데, 그 외의 것에는 등한시한다. 이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다리를 다친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만 타도록, 특히 학생은 교사로부터 허가증을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 아이는 수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생님에게 걸렸다 하면 조금 전에 다리를 다쳤느니, 갑자기 발목이 아프다느니, 하면서 거짓말을 한다.  교실청소 당번이 돌아오면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와 끊임없이 실랑이를 하고 있다.

"야, 노정민. 너 어제 청소당번인데 집에 갔더라. 너 언제 청소할 거야. 빨리 요일을 정해. 너 벌청소로 한 번 더 청소해야 한다!"

노정민이에게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법과 자기를 좀 희생, 아니 희생까지는 안 가도 좋다. 그냥 남을 좀 배려하는 수준으로 상대방을 생각해 주고 도와주는 자세를 가지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아이이다. 그래서 이 아이의 엄마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정민이에게 '오늘 공부 잘했니?'라고 묻지 마시고 '오늘 누구를 배려했니? 오늘 누구를 도와줬니?'라고 물어봐 주세요. 이 아이는 지금 이 습관이 꼭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정말 똑똑해서 해를 끼치는 아이가 될 수 있어요!"


악동 3은 박철민이다. 이 아이의 엄마와 통화할 일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철민이의 나쁜 행동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철민이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

"왜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만 미워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초등학교 때는 전학 간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특별히 불러서 전학 이별파티까지 해 줬어요."

엥?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혹 그 초등학교 선생님이 이 말썽꾸러기가 가서 너무 기뻐서 파티를 해 준걸 이 엄마가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초등학교 때는 철민이가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갑자기 중학교에서는 미움을 받고 있다는 소리인데, 이 아이가 갑자기 돌연변이를 했나? 아님 이 학교터가 이 아이와 맞지를 않나? 

"아, 그래요? 그런데 철민이가 국어시간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말하던가요?"

"자기는 별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 선생님이~"

자기 아이의 말을 거의 90% 이상 신뢰해서 학교 선생님이 왜 그러시냐고 오히려 나에게 반문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학부모이다. 그래서 방법은 철민이를 불러 이실직고하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박철민, 너 어제 엄마에게 가서 뭐라고 말했어. 국어시간에 있었던 일, 그리고 엄마에게 했던 말,  나에게 그대로 말해봐."

철민이 엄마의 말을 들어보면 늦게 낳은 아이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이란다.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왜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서 문제입니다.'라고 나는 속으로 대꾸한다. 가르쳐야 할 것은 안 가르치고 아이 위주로 모든 것을 해주다 보니, 버릇은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위기상황이 오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서 그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선생님들의 말은 도대체 안 듣고, 꾸중을 많이 듣다 보니 이 아이도 피해의식이 있어서 날마다 하는 말이 "왜 나만 그래요? 쟤는요?"를 입에 달고 산다. 수업시간에 정말 아픈 아이도 우리 반에서는 보건실에 보내주지 못한다. 그럼 이 아이는 꼭 자기도 어디 아프다고 보건실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따진다 "쟤는 보내주고 왜 나는 안 보내주세요? 나도 머리가 아프단 말이에요!" 그리고 얼마나 말이 많은지! 아마 어릴 때 이 귀한 아이가 말을 하는 것이 부모님은 너무 귀해서 "아이고, 우리 보물단지! 말도 잘해. 계속해 봐!"라고 했는지 제어장치가 없다. 수업시간에도 계속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참다못해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철민아. 수도꼭지에 계속 물이 나오면 고장이야? 아니야?"

"고장이요."

"그래. 잘 아네. 네가 그래. 너의 입은 잠시도 쉬지를 않아. 잠금장치가 없어. 너! 고장 난 거야!"

엄마에게도 이 말을 했더니 그다음 날 마스크를 해서 보내겠단다. 정말 하루, 딱 하루 마스크를 하고 조용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부터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자기 절제력이 없는 아이이다. 작은 일에서부터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멈춤을 모른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본능을 제어할 줄 모른다. 이 아이의 앞으로의 인생이 조금 걱정이 된다.


악동 4는 반장, 구호성이다. 내가 간지 이틀 만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다.

"호성아. 너의 반장의 역할을 부반장에게 부탁하고 가야지. 부반장 현규야 이리 와. 자, 부반장에게 너의 역할을 부탁해 봐!"

"네? 뭘 부탁해요?"

"반장의 역할을 부탁해야지."

"반장의 역할요?"

"너, 반장이 뭘 하는 거야?"

"아이들 조용히 시키고."

"또?"

호성이는 눈만 껌벅껌벅한다.

"야, 너 반장이 뭐 하는 줄도 모르고 이때까지 반장 했어? 너 반장 어떻게 되었어?"

옆에 있던 아이가 냉큼 대답한다.

"더울 때 매일 반 전체 아이들에게 얼음을 가져오는 공약으로 반장 되었어요."

나는 이 말을 듣고 기가 찼다. 공약을 내건 아이나, 그 공약 때문에 이 아이를 반장으로 찍은 아이들이나 의식 수준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다. 그 결과, 조용해야 할 반장이 학급에서 가장 떠드는 아이 중 한 명이다. 나는 반장부터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내 말 따라 해라. 첫째, 반장은 학급의 리더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반장은 학급의 리더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둘째, 선생님과 학생 간의 소통이 잘 되도록 도와야 한다"

"소통이 잘 되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좋은 학급분위기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좋은 학급분위기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호성이, 너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한 일이 있으면 말해봐."

가만히 서 있질 못 하고 몸을 건들거리며 "없는데요" 한다.

"반장인 네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수업 중 얼마나 시끄럽게 하는지 너도 알지? 반장이 모범이 되어야지!" 

반장인 호성이는 좀 시퉁해진다. '웬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나?' 하는 표정이다. 그래서 나는 호성이를 만날 때마다 정신교육부터 시킨다. '반장이 뭘 하는지를 말해 봐!' 해서 이 세 가지를 말하게 한다. 세 가지 개념이 호성이의 머릿속에 새겨져서 이 생각이 행동으로 나올 때까지 되풀이하고 되풀이할 예정이다. 호성이는 주의력 결핍 아이같이 가만히 있지를 못 한다. 수업시간에도 이리 돌아보고 저리 돌아보며 한 마디씩을 한다. 내가 계속 반장에 걸맞은 행동을 주문하니 한 번은 "저 반장 안 할래요."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그럼 너 반장 상장받은 것 내놔야 된다. 너 생기부에 기록 삭제해야 한다.'라고 이말 저말 하니까 "할게요!"라고 다시 말한 아이이다. 반장 되어서 거들먹거리며 뽐내고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내가 반장에 맞는 행동을 하라고 계속 주문을 하니까, 요즘 교외체험학습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모든 선생님들의 말씀 "와! 한 명 없는데도 반 분위기가 다르네!" 호성이가 없는 것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긴다는 이 사실이 호성이에게는 안 된 일이다. '호성이도 사랑받는 아이가 되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안타깝기도 하다.


악동 5는 유일한 여학생 경미다. 경미는 목청이 얼마나 좋은지 교실이 쩌렁쩌렁 울린다.

"경미야, 선생님 귀 안 먹었다. 살살 말해도 다 알아들어. 목소리 낮춰."

"네" 해 놓고 그때뿐이다. 경미는 약간의 고의성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시끄럽게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어쨌든 나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경미를 따로 만났다.

"경미야, 선생님 너에게 관심 많아. 너를 좋게 생각해. 집에 언니나 오빠, 혹은 동생이 있어?"

경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고1 오빠가 있는데 거의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님은 다 직장 생활하셔서 집에 오면 피곤해하시고 경미와 별로 대화를 하지 않으신다. 경미는 외롭고 말상대가 그립고 사랑받고 싶다. 학교에 와서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에게 말을 쏟아내고, 큰 목소리로 선생님의 관심도 끌고 싶다. 친구도 선생님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주기를 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애정결핍이다. 애정을 받지 못하면 교묘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괴롭힌다. 한 예이다. 영어수업시간에 아예 뒤로 돌아보며 이야기를 해서 혼을 내었다. 그랬더니 감기 때문에 목이 아프다며 "으흠"하며 큰 소리로 기침하는 흉내를 낸다. '아유! 저걸.' 하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나나, 수업진도는 나가야 하고, 얼마나 계속하나 보자고 무시했더니만 10분 정도를 그러다가 잠잠해졌다. 사랑은 받고 싶은데,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아이이다. 타고난 큰 목소리가 앞으로 쓰일 때도 있겠지만, 평소에는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되지를 않는 아이이다. 사랑과 관심에 굶주린 아이여서 잘 다독거려 줘야 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이 다섯 명을 제외한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순하다. 그리고 아직 뚜렷한 자기 생각이 없어서 목소리 큰 아이에게 휘둘리는 아이들이다. 이 다섯 명의 아이 외에 나머지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기까지는 며칠이 걸렸다. 이 악동들을 잡기 위해 온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나머지 아이들에게 신경 써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도 했다. 난감한 이 문제를 푸는데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 나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한 방법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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