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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Dec 16. 2023

중1과의 전쟁!(3)

악동1

5명의 악동에 대해 말해야겠다. 이 다섯 명의 이름을 나는 저절로 외웠다. 하루라도 교무실에 불려 와 꾸중 듣지 않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남학생 1인 진우.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가장 싫어함을 당한다. 내가 갔을 때에도 우리 반의 한 학부모가 학교폭력으로 선도위원회에 고발조치해 놓은 학생이다. 진우는 수업시간에 계속 딴 말을 하여 수업방해로 선생님을 괴롭히고, 동료학생에게는 욕을 하는 언어폭력과 때로는 신체적 위해를 가해 지금 이것 때문에 학교폭력에도 걸려있다.


모든 선생님들이 이 아이에게 말할 때면 인상을 써면서 위압적으로 대하게 된다. 왜냐하면 도대체 잘못했다는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자연히 이 아이를 대할 때면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런데 허구한 날 교무실에 불러와 야단맞는 모습을 보니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아이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대화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자리에 앉으신 국어선생님이 보여준 준우가 쓴 글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준우의 글이다

"제목: 눈물은 자주 

나는 집에서 눈물을 자주 흘린다.

아빠와 있어서 눈물을 흘린다.

사랑의 매 같은 지옥의 매를 보면 눈물을 흘린다.

규칙을 어기면 호랑이를 만난다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규칙을 잘 지켜서"


점심시간에 준우를 만났다.

"준우야, 너 선생님이 며칠간 보니 너의 마음속에 분노와 미움이 가득한 거 같더라. 그러니?"

고개를 끄덕인다.

"누가 그렇게 싫니?"

"아빠요. 아빠가 회사에서 늦게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준우야. 아빠가 준우에게 어떻게 하는데?"

"회사에서 돌아오면 저는 학원 갔다가 와서 10시경에 밥을 먹는데 자꾸 짜증 내고 잔소리를 해요."

준우는 차마 때린다는 말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러시는데?"

"몰라요."

"준우야, 너 그 스트레스를 학교에 와서 다 풀지? 수업시간에 딴소리하고, 다른 아이들 괴롭히고. "

고개를 끄덕인다

"너 스트레스 푸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계속 이 상태로 가면 너, 인격 파탄자 된다. 그리고 제발 준우야,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해 봐. 그래야 너의 마음밭이 황폐해지지 않아. 선생님의 사랑, 친구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부드러운 얼굴로, 진심으로 준우를 걱정해서 따뜻하게 말을 하니, 준우도 좀 부드러워져 고분고분 말을 듣는다. 


여러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보니 준우아빠의 아들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던 것 같았다.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를 했는데 준우는 발음이 좋고, 초등학교 때 말하기 대회에도 나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즉 괜찮은 아이였다고 할 수 있다.) 준우아빠는 준우가 과학고를 가서 의사가 되기를 지금도 강요하고 있어서, 준우가 학교의 영재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었는데,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영재프로그램을 신청할 정도의, 또 과학고를 갈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준우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학교에 와서 이 스트레스를 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여러 사건들 때문에 집으로 연락이 가게 되고, 아빠는 실망 및 격노 때문에 아이를 때리게 되고, 아이는 점점 더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의 원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악동들의 특징은 잘못을 했을 때 딱 잡아떼는 데 있다. 금방 잘못한 것을 봤는데도 절대 하지 않았다고 잡아뗀다. 이 악동들의 살아남기 전략인 것 같았다. 그 순간을 녹음해놓지 않으면 증거가 없어서 더 이상 문제로 삼을 수가 없다. 그러니 선생님들은 점점 더 화가 나게 된다. 

"진우야, 너 잘못했을 때 솔직히 잘못했다고 인정해라. 선생님들은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 주지 그걸로 너를 잡지 않아. 그런데 왜 자꾸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하니? 너 그거 좋은 전략이 아니다. 잡아떼면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사람이 잘못할 수도 있어. 그런데 아니라고 거짓말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상대방은 너를 잡으려고 해. 너를 혼내려고 하지. 제발 잘못을 인정해라"

진우는 고개를 끄떡인다.


그 후로 나는 진우에게 부드러운 얼굴로 대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습관이 된 그 아이의 행동은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직도 여전히 수업시간에 약간 절제하는 수준으로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잘못을 추궁하면 이제는 잘못했다고 인정한다. 왜냐하면 그 말을 하면 나는 "너 다시는 그러면 안 돼!"하고 용서하기 때문이다. 담임인 나에게는 자신의 살아남는 법이 잘못을 비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약삭빠른 그 아이의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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