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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Dec 09. 2023

중1과의 전쟁!(2)

2. 구호 외치기

이 학교는 신도시에 위치해 있고, 학생들의 아빠의 직장이 대부분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이 대부분이고, 상하, 상중 정도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았다. 즉 이 말은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 학년이 12 학급이었는데, 나는 일단 한 교무실에 있는 12명의 선생님들과 친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중간에 그 그룹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기존 멤버들은 약간 호의적이거나, 아님 '얼마나 잘하나 한번 보자!' 하는 방관의 입장일 경우가 있다. 나는 한 교무실에 있는 12명의 선생님들의 호의를 받고 싶었다. 그래야 일을 할 때 수월하기 때문이다. 마침 11월 셋째 주가 추수감사절이어서 월요일에 떡을 5팩 가지고 갔다. 입구에 들어서다가 화장실 청소하시는 분들을 만났다. 내가 가장 섬기고 싶어 하는 분들이다. 그 두 분에게 각각 떡 1팩씩을 드렸다. '너무 수고 많으시죠? 이 떡 드시고 힘내세요. 어제가 추수감사절이었어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두 분의 환한 미소가 아침 출근길의 졸아든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줬다. 내가 드린 것보다 이분들로부터 위로받은 것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지?' 하는 근심이 내 마음속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기도 마치고 바로 학교로 출근하기 때문에 학교에 도착하면 7시 30분 경이 된다. 출근시간은 8시 40분까지이지만, 그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면 교통체증 때문에 거의 1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아예 일찍 학교에 나와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6시 45분~7시 사이에 집을 나서게 된다. 그 시각에는 35분~40분이면 학교에 도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떡 3팩을 선생님들이 드실 수 있도록 놓아두었는데, 그다지 호응이 좋지 않다. 이 학교의 선생님들에게는 또 다른 트렌드가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들이 거의 급식을 드시지 않는다. 지금 내가 있는 교무실에 12명의 선생님이 계시는데, 나를 포함하여 단지 3명이 급식을 드신다. 나머지 분들은 각자 알아서 샐러드, 컵라면, 간식등으로 점심을 해결하신다. 먹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인 것 같았다. 나는 신기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침을 안 먹고 가기 때문에 급식이 너무 맛있는데, 나머지 선생님들은 급식이 별로라고 다들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밥심으로 사는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사나? 다들 다이어트 하시나?' 하는 의혹이 들 정도의 분위기였다. 마침 급식지도하는 시간이 있어서 급식실 앞에 서 계시는 영양선생님에게 "급식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만, 어둑한 표정이 일순간 환해지더니 활짝 웃으시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영양사선생님의 마음고생이 훤히 보여 안타까웠다. 


먹는 걸로는 별로 선생님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함께 밥 먹으러 가는 분위기가 아니니, 교무실이 하나로 뭉쳐져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이제 혼자서 어쨌든 이 학급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이 학급을 위해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이 나에게 이런 마음을 주셨다. '이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하고 필요한 자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수업시간에 집중, 남에 대한 배려,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반장에게 아침조례시간과 오후 종례시간에 이 구호를 외치게 했다. 반장이 "집중!" 하면 반아이들 모두에게 "집중, 집중, 집중!" 이렇게 세 번 외치게 했다. 

"선생님, 왜 세 번 외쳐요?"

"응. 너희들 가위, 바위, 보도 삼 세 판하잖아? 세 번 외친다는 것은 결정판, 완결판으로 꼭 하겠다는 의미야"

"저희들은 가위, 바위, 보도 단 한 번으로 끝내는데요?"

5명의 악동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당당히 선생님이 틀렸다는 투로 말한다. 나머지 아이들도 여기저기서 "맞아요!" 한다.

"아! 그래? 좀 바뀌었네. 그런데 세 번 외치는 것이 더 너희들에게 재미있을 거야. 한 번 해 보자!"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렸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면 군말 없이 내 말을 듣게 할 것인가'가 큰 관건이었다. 아니 적어도 반기는 들지 않아야 하는데,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 어쨌든 시도했다.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로마서 10:10)"는 말씀에 기인하여 이 녀석들에게 입으로 시인하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장! 구호"

이 학급의 문제가 반장도 그 5명의 악동 중 한 명이다. 그러니 제대로 할리가 없다. 

낄낄 웃으며 "집중" 한다. 아이들은 중구남방으로 "집중, 집중, 집중"을 완전 스트레오로 외치는데, 교실 이쪽이 끝나나 싶으면 저쪽에서 아직도 "집중" 소리가 들린다. 속으로 '한 번만 외쳐야 하나'하는 후회가 잠깐 스쳤지만, 나의 첫 시도부터 엉망진창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야! 반장 똑바로 해. 구호도 못 외쳐? 그리고 너희들, 소리를 맞춰 한번에 하라고!"  

아침 조례시간은 구호를 맞춰 외치느라 시간이 다 가 버렸다.

'어이구, 이 아이들의 마음을 언제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나는 잠시 낙심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걱정이 되었다.


다음에 계속 사건을 이야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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