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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Dec 02. 2023

중1과의 전쟁!(1)

1. 첫 만남

올 2월, 나이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가, 11월 15일에 다시 학교로 나가게 되었다. 중1의 학급담임이다. 원서를 넣었는데 당장 오라고 하더니만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했다. '무슨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일'처럼 일을 진행해서 잠깐 당황했다. 11월 14일 날 강릉을 가기로 미리 약속이 잡혀 있어서, 하루 미루어 15일부터 출근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집에 있다 보니 물론 남편의 밥을 챙겨주며 집안일을 좀 더 신경 쓸 수 있고,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하고 맨발 걷기도 하며, 좀 더 하나님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또 남편과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호사도 누렸다.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다시 학교에 가게 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11월 13일부터 이 학급의 선생님이 병가에 들어가신다고 했다. 업무인수를 위해 만난 선생님의 얼굴표정에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학급일을 대충 전해 듣고 난 뒤, 나는 뭔가 감이 썩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에게 물었다.

"혹시 그 선생님이 출산휴가로 들어가시는 건가요?"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골치 좀 아프실 거예요. 그 반이 보통 문제반이 아닙니다" 


같은 교무실의 선생님 한 분은 올해까지 하고 내년 2월에 명예퇴직을 하신다고 한다. 그 명예퇴직을 결정하는데 이 반 아이들이 큰 역할을 감당했다고 본인 입으로 말씀하신다. 내 옆의 선생님은 이 반 수업이 든 날은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이 반 수업이 없는 날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말씀하신다.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선생님은 이 반 아이들 때문에 자신도 더 이상 열정이 없어져, 명예퇴직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하신다. 그리고 만나는 선생님들마다 "수고 많으세요!"라고 나에게 인사를 한다. 1학년 부장님은 그 반에서 절대 웃는 얼굴을 하면 안 된다고 나에게 미리 주의를 주신다. 이 아이들이 선생님이 만만해 보이면 아주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당황했다. 나는 절대 무서운 선생이 아니고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성향의 선생인데, 지금까지 없던 성향을 만들어내어야 할 형편인 것이다. '이일을 어떡하지?' 14일 강릉에 가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계속 무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 저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15일 첫날, 아침조회가 8시 50분부터 시작하는데, 나는 일찌감치 8시 30분에 가서 앉아 있었다. 이 학급의 아이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아이들은 들어오면서 선생이 교탁 앞에 앉아있든 없든,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들어온다. 시끌벅적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그대로 지속되어 조회시간에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은 다하면서 전혀 앞에 선 나의 말에 귀 기울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일단 소리부터 꽥 질렀다. 이 아이들의 기를 꺽지 않는다면 이 반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주 잠시! 그리고 다시 종알거리기 시작하려고 행동을 취하려는 자세를 한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야! 너 조용해!" 

부산 떠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일단  주의를 줬다. 다른 선생님의 말대로 4명의 남학생과 1명의 여학생이 이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침에 분위기를 잡지 않으면 이 반은 그 부산스러움이 그날 수업 내내 지속될 것 같았다. 아침 분위기를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 조회시간 전까지 일찍 오는 친구들은 숙제를 하든지, 책을 가지고 와서 책을 읽든지 합니다. 들어오면서 인사하지 마세요. 시끄럽게 하지 마세요."

그 5명 중 한 남학생이 번쩍 손을 들더니 내 말을 받아친다.

"선생님, 인사는 좋은 거잖아요? 왜 인사를 못 하게 하세요? 이제부터 아무에게도 인사하면 안 되겠네" 

뒷말은 혼잣말 하듯이 했지만,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이건 완전 내 말에 딴지를 걸겠다는 의도였다.

"인사는 좋은 것, 맞아. 그런데 너희들이 하는 인사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고 있어. 그렇게 친구에게 인사하고 싶다면 그 친구에게만 살짝 말해도 돼. 넌 오늘 아침에 보니 아무도 너의 인사를 받아 주는 사람이 없는데, 아주 큰 소리로 교실이 떠나갈 듯이 '얘들아 안녕!'이라고 고함치더구먼. 그건 인사가 아니야. 소음이야. 내일부터 내가 너를 지켜볼 거야."

나도 한방을 그 녀석에게 날렸다. 

그 녀석은 입을 비쭉거리더니, 의자를 꽝하고 잡아당긴다.

속에서 성질이 올라왔지만 일단 참았다. 전달사항을 전달하는데,  내가 한 마디 하면 이 5명이 앉아서 연달아 5마디씩을 했다. 전혀 전달이 되지가 않는다. 

"조용해라!"

내가 말하면 잠시 조용해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시끄러워진다. 전혀 선생의 말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앉아있는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영어시간이다. 진도를 나가려고 하는데 그 부산을 떠는 5명 중 한 명이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한다. 이말저말 하다가 수업 못 하겠다 싶어 얼른 갔다 오라고 했다. 그러자 조금 있다가 또 다른 한 명이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손을 든다. 막 분위기를 잡고 수업하려고 하면, 계속 5명이 번갈아가며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말했다.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모든 선생님들이 이 반을 힘들어하시는구나' 절로 이해가 되었다. 일단 이 아이들의 기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업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했다. 질문도 영어로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자 좀 조용해졌다. 그리고 시작인사, 끝인사도 영어로 시켰다. 그 5명 중 4명은 다른 애들보다 내 말을 더 잘 이해했다. 즉 이 문제아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소리이다. 머리가 똑똑하니 다른 아이들도 이 아이들을 무시하지 못 하고, 그들이 이끄는 대로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는 학급이었다. '차라리 공부라도 못 하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도 덜 할 건데, 이건 완전 최악의 경우이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들을 쳐다봤다. '내일부터 무슨 전략을 짜야한다!' 이런 절박함이 나에게 다가왔다.

(다음 글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속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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