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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Jan 18. 2024

맘몬(돈)의 신

영어연구회 선생님들을 만나며

어제(2024.01.17) 거의 이년만에 전에 함께 영어연구회로 활동했던 선생님들을 만났다.

나를 제외한 네 명의 선생님들이다. 한 선생님만 성당에 다니시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무교이다. 그러나 아침마다 보내는 신앙메시지를 무던히 받아주셔서 마음으로 늘 고맙게 생각하는 선생님들이었다. 새벽마다 이 선생님들이 모두 예수님 믿기를 간절히 기도한 사람들이어서 얼굴을 마주 대면하고 만나서 복음을 확실히 증거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점심식사 후 차는 내가 사야지(점심은 연구회 돈으로 먹기로 되어 있었다.)'하는 마음으로 복음증거 용지를 챙겨가지고 갔다.


만남의 장소는 그 지역의 대형백화점. 바로 전에 끝낸 학교가 그 백화점을 지나가서 장소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지역의 아파트 이름 앞에 '시범단지 00 아파트'라는 명칭이 붙어있어서 같은 교무실의 선생님에게 도대체 아파트 앞에 붙어있는 '시범단지'가 무슨 의미인지를 물었다.

"시범이라는 말이 임대 아파트 앞에 붙는 그런 의미인가요?"

"아이고, 선생님! 그런 의미가 아니고 이 지역을 조성하기 전에 가장 좋은 위치에 아파트를 건립하고,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지은 아파트예요. 그래서 시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이 지역에서는 가장 좋은 아파트라고 할 수 있어요."

"아! 그래요?"

"네. 이 지역의 아파트들이 거의 10억이 넘는 아파트들이에요."

"10억요? 다들 부자인 동네네요!"


10억이라는 숫자가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큰돈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르친 1학년에 영어를 못 읽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다들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연구회를 같이 한 선생님들이 대부분 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어제 처음 알았다. 그들은 차를 두고 걸어서 그 백화점으로 왔다. 그동안의 근황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들은 지식이 있는지라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들, 다들 부자이네요!"

그러자 한 선생님을 가르키며

"선생님은 슬리퍼 끌고 내려올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한다. 즉 그 선생님은 이 백화점 바로 위의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파트는 이 지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는 것이다.

"아니에요. 몇 달 전에 이사했어요."


점심을 먹고 내가 차를 대접하려고 했더니, 이사한 그 선생님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에게 VIP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 카드로 뭐 해요?"

"여기 라운지가 있어요. 무료로 차 마실 수 있어요."

그러자 다른 한 선생님도 자기도 VIP 카드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두 선생님 다 자신의 것은 아니고 동생 것을 잠시 가지고 왔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VIP 카드에도 네 종류가 있고, 각 라운지가 각 층에 배치되어 있는데, 음료수도, 라운지의 형태도 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사 간 그 선생님이 가지고 온 VIP 카드가 가장 특급 카드였다. 거기 모인 모든 선생님들이 특급 라운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기대에 부풀었다. 원래 한 번에 4명까지 입장이 가능한데 우리는 5명이어서 입장 가능한지, 일단 가보기로 했다. 

카드를 입구문에 넣으니 저절로 문이 열렸다. 그런데 밖에서 보기에는 그곳에 라운지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저희들 5명인데, 입장 가능한가요?"

"아! 그래요? 그럼 이 룸으로 들어오세요."

라운지 입구에 있는 룸인데 아주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들에게는 라운지보다 더 좋은 장소였다. 마음껏 떠들고 이야기해도 전혀 방해받을 필요가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메뉴판을 가져다주며 주문을 받는다. 생과일주스에 다양한 차와 커피가 있다. 우리는 제각각 주문을 했다.


조금 후 음료수를 들고 온 어린 아가씨가 무릎을 꿇고 탁자 위에 음료수들을 놓는다. 그 아이가 나가고 나자 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탁자가 왜 이렇게 낮아? 꼭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구조이잖아!"

나는 그 순간 약간 문화적인 충격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탁자를 유심히 보지 않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런 곳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숭배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탁자를 탓한 그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모두의 들뜬 분위기를 '쨍그랑'하고 깨뜨렸다.

"정말 이 탁자가 왜 이렇게 낮지?"

그러나 모두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선생님,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탁자가 높으면 오히려 위압적이어서 대화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탁자를 지적한 그 선생님의 날카로운 관찰력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아! 나보다 나은 선생님이네. 문화적 충격 때문에 정신없는 나보다 훨씬 사물을 정확히 보고 계시네!'


단연 그날의 시선은 특급 VIP 카드를 가져온 선생님에게로 쏠렸다. 이 카드는 연매출 1억 이상이 되어야 발급받는 카드라는 것이다. 

"와! 동생이 뭐 하세요?"

"사업해요."


우리가 만나기로 한 바로 며칠 전에, 연구회 선생님들이 카드를 가져온 선생님의 동생이 보유한 70평 콘도를 다녀왔다고 한다. 모든 설비가 완비된 곳에서 아이들 스키 강습까지 받고 왔다고 너무 좋았다고 난리이다. 나의 단순한 삶과는 너무 다른 삶이었다. 


그리고 카드를 가져온 선생님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대학생인 큰 아들을 캐나다로 어학연수 보내고 있는데, 너무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1 되는 아들도 일찌감치 자퇴 혹은 휴학계를 내고 3월에 캐나다의 국제학교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선생님,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 텐데 어떻게?"

"친정엄마가 비용을 대주기로 했어요."


친정이 부자인 선생님이었다. 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데, 완전히 돈이 우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성당에 다니시는 선생님은 자녀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생님인데, 급기야 그 선생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요, 우리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돈과 기도네요."

나는 속으로 

'돈은 있다가도 없지만, 예수님은 언제나 함께 계시고 우리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분이세요!'라고 외쳤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 말이 마음에 와닿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거의 4시간을 떠들다가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가 가지고 온 복음쪽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선생님들, 예수님은 꼭 믿어야 해요. 우리에게는 이 세상이 다가 아니고 영원한 생명도 있어요!"

라고 했지만 날카로운 검이 되어 그들의 마음에 박혀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아이들 양육하고 살기도 바쁜데, 뭔 저세상을 생각하느냐는 분위기였다.


나는 오늘 맘몬(돈)의 신에게 한방 당한 기분이다. 주차료 계산을 위해 먹은 점심값에서 주차 티켓 한 장, 또 그 백화점 회원 등록을 일부러 해서 무표 쿠폰 1장, 그래도 불안해서 빵까지 사고 주차증록을 했는데,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게이트의 무인주차기에 또 7천 원을 지불했다. 


'와~ 맘몬이 완전 나를 가지고 논 하루이네. 

영적 전투에서 어떻게 승리하지?'

 

나에게 승리할 영적 힘이 더욱 필요한 하루였다. 나 자신도 흔들리지 않을 영적 힘!


어제의 나의 영적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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