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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pr 19. 2024

공부!

"이 나이에 무슨 자격증? 그냥 편히 쉬어요."

남편은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또 무슨 일을 벌이려나' 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혹 선교하러 외국에 나가게 된다면 이 자격증이 유용할 것 같지 않아요? 또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도 불고 있어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잖아요!"

나의 자기 확신에 찬 행동에, 남편은 몇 번 만류하더니만, 알아서 하라고 한다.

"딸들아, 엄마가 또 공부하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니?"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그 엄마의 그 딸들이라, 둘 다

"엄마, 하세요! 좋을 것 같아요!"로 화답한다.


그래서 호기 차게 출발한 공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들으니 젊은 사람들은 모니터 두 개를 설치해서 온라인 시험을 치른다는데, 이 구석기시대의 나는 줄 치고 외우고 요약노트 만드는 수고에 수고를 거듭해서 그나마 좋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평점 3점 이상이면 두 가지 자격증을 동시에 더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고 해서 덜컥 그것까지 수강신청하다 보니, 이건 정말 고등학생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특히 자격증을 주는 이 과목들은 상대평가여서, 평점 3점 이상을 계속 받아야  그 과목들을 수강할 수가 있다. 아니면 중도탈락이다. 경쟁이 치열했고, 시험점수 1,2점 때문에 등락이 결정되다 보니, 남의 불행이 나의 행운이 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3학년에 편입해서 2년을 공부했다. 


재작년, 드디어 이 고생이 끝나리라는 기쁨에 들뜬 시간도 잠시. 당연히 졸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어교육실습 과목을 신청하지 않아서 한 학기를 더 수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한국어교육실습 과목이라는 것이 있었나?'

온라인으로 혼자 공부하다 보니,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젊은 사람들처럼 정보에 빠른 것도 아니어서, 필수강좌인 실습과목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졸업이 한 학기 미뤄졌다.

작년, 이제는 드디어 이 모든 지난한 일정이 끝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문제가 발생했다.


다문화사회전문가 2급 자격증은 대학 졸업 후 반드시 15시간의 필수강의를 들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15시간이라는 것이 그렇게 엄격한 시간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저녁 먹다가 깜빡해서 30분 늦게 줌 강의실에 들어갔더니, 강의 프로그램의 관리자가 나보고 퇴장하라고 한다. 이수시간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강의를 들어도 자격증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분 늦은 것 때문에 다시 한 학기를 기다려야 했고, 또 강의신청을 하느라 모든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보내어야 하는 고충을 되풀이해야만 했다.

정말 이 이수교육 프로그램은 엄격하다 못해 가혹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이수교육에서는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또 문제를 일으켜 다시 한 학기를 미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의 후 수료식을 하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프로그램 관리자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꾸벅꾸벅 졸다가 또 무슨 문제가 발생했나 싶어 깜짝 놀랐다. 그런데 수료한 67명의 학생 중 두 명을 뽑아, 대표로 수료증 증정식을 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나일까?'라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증정식을 하면서 '아!'하고 알게 되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한 학생과 가장 나이 어린 학생이 대표로 뽑힌 것이다. 수료증에 적힌 생년월일을 보면서,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 어린 학생은 나와의 나이 차이가 무려  40살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하나는 '저 나이에 이 자격증을 취득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거지?'와 '대단하다. 저 나이에 이 자격증을 취득하다니!'로 나뉠 것이다. 나의 마음도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 앞에 나이가 많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공개된 것이 좀 부끄러웠고,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 앞에서 수료증을 받으며 축하를 받았다는 것이 조금 뿌듯했다. (그러나 솔직히 부끄러운 감정이 더 컸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올해 드디어 끝낸 공부. 세 가지 자격증(한국어교사 2급 자격증, 독서논술 지도사 2급 자격증, 다문화사회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생각한 것은 '앞으로 절대 자격증을 따는 어떤 공부도 공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일도 너무 힘들었다! 자격증공부는 모두 너무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책 제목은 "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The Boy who was always late"(지각대장 존)이다.

"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set off along the road to learn(잔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문장이 책 속에 계속 나온다. 그런데

 

처음에는 악어, 다음은 사자, 또 그다음은 홍수가 나서 학교에 가는 길을 방해한다. 그러니 지각할 수밖에 없다. 배움을 줘야 할 선생님은 잔이 거짓말을 한다고 깜지를 쓰게 하는 벌은 준다.

나중에는 고릴라가 나타나 선생님을 천장에 매달고, 선생님은 잔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만, 잔은 그런 일은 없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잔은 이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것이 이 책의 끝 장면이다.

참으로 꿋꿋한 잔이다. 

확대해석하면 인생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선생님)이 오히려 방해꾼이 된다 할지라도) 계속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와, 좁은 의미의 해석에서는 배움에는 어려움이 당연히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배움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자격증의 잉크물이 마른다면 몰라도, 나는 아직은 잔처럼 꿋꿋해질 수가 없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공부는 너무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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