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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Apr 11. 2024

목련이 진다!

겨우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련은

며칠

잠깐


나를 바라본 후

이제 말없이 떠나려 한다.


수많은 겨울의

추위와 황량함을 견뎌낸

그녀는

 

어찌 그리 쉽게

세상을 등질 수 있을까?


단지

이 며칠간의 자태를 가꾸느라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을


다듬고

또 다듬은 것일까?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단지

물에 잠기기 위해

준비한 심청이처럼


 

내 마음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그녀는

그 힘든 겨울 동안

묵묵히


참고


준비하였던가?


이제

그녀의 고귀한 꿈이

땅 위를 뒹굴 때


나는

한 조각, 한 조각


그녀의 꿈을

거두어들이며


다른 이의

마음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기다리고

참고

준비해야 함을


배운다


목련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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