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련은
며칠
잠깐
나를 바라본 후
이제 말없이 떠나려 한다.
수많은 겨울의
추위와 황량함을 견뎌낸
그녀는
어찌 그리 쉽게
세상을 등질 수 있을까?
단지
이 며칠간의 자태를 가꾸느라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을
다듬고
또 다듬은 것일까?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단지
물에 잠기기 위해
준비한 심청이처럼
내 마음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그녀는
그 힘든 겨울 동안
묵묵히
참고
준비하였던가?
이제
그녀의 고귀한 꿈이
땅 위를 뒹굴 때
나는
한 조각, 한 조각
그녀의 꿈을
거두어들이며
다른 이의
마음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기다리고
참고
준비해야 함을
배운다
목련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