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와의 싸돌아 다니기 1.

by 김해경

1. 하늘 위에서

젊은 시절, 사는 것에 정신이 없다 보니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다 데리고 가족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둘째 아이는 시간만 있으면 열심히 싸돌아다닌다. 초3, 초1, 남자아이 두 명을 데리고 미국 곳곳을 싸돌아 다니고, 올여름 한국에 와서도 틈만 나면 돌아다니려고 한다. '어릴 적의 결핍을 메꾸려는 보상심리가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올여름, 첫째, 둘째 아이들 다 제주도에서 일주일을 보내었다. (그 이전 둘째 아이는 시댁식구들과 외진 강원도를 시작으로 해서 부산까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우도를 보기 위해, 늦게 제주도의 아이들에게 갔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 때문에, 배는 운항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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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의 교만인

큰 빌딩, 큰 집, 큰 차는

숨죽여 납작 엎드려져 있고

태초의 숨결은

거대함을 드러내기 위해 기지개를 켠다.


그 옛날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던

인간의 꿈은

내가 탄 비행기가 되어

묵묵히

닿을 수 없는 하늘의 깊이 속으로

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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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앞에,

창조주 앞에,

묵묵히 나아가는 비행기처럼

인간은

이제

교만한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잠시동안 허락된 시간,

잠시동안 허락된 공간에서

인간은

잘 썩어진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참 생명을 남기고

티끌같이

그렇게

사라져야 한다.


2. 둘째와 통영에 가다.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선정된 미륵산 위에서 통영의 바다를 바라본다.

케이블카가 산으로 연결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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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에서 내려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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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자그마한 섬들을 아기처럼 품고서,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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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에 갇힌 우리는 예수님의 변화산 사건에서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마가 9:5)"라고 말하는 베드로의 고백을 생각하며, 잠시나마 시간을 멈추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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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낮의 꿈같은 시간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분명히 나는 두 손자의 손을 붙잡고 있었는데

오늘, 그들은 아주아주 먼 곳에 있다.

"할머니가 너희들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전화하면 돼요!"

그들의 목소리는 아직도 쟁쟁한데

그들이 매일 먹던 아이스크림은

냉동실에서 외로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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