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2024. 7.30~31)
3. 통영을 거쳐 거제도에 갔다. 둘째 아이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로 큰 섬, 제주도를 접수했고, 오늘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를 접수하러 간다.
먼저 선착장에 도착해 바다를 바라본다.
아침바다는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양치질을 하다가
얼굴 위로 지나는 배의 뒤꽁무니에 대고 "푸우"하고 물을 내뿜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본 후 외도로 가기 위해, 제법 큰 유람선을 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선상으로 나아와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준다.
아이들도 고사리손에 새우깡을 들고서, 자신이 쳐든 새우깡을 갈매기가 선택해 주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친구가 되어줄 갈매기를 기다린다.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갈매기를 부르는 바다 위를 갈매기는 유유히 날아다닌다.
바다 가운데 우뚝 서 바다의 변함없는 말벗이 되어주는 바위들은 오늘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고,
태양은 눈을 크게 떠 낯선 우리를 주시한다.
사람들은 바다와 바위와 태양과 갈매기의 세계에 비집고 들어와 '훼방군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 싶다'라고 외치나, 이들로부터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하자, 화난 듯이 휴대폰을 열심히 눌러댄다.
인간의 자연 세계로부터의 거절감을 외도는 거뜬히 극복하게 해 준다. 외도는 인간이 만든 인간의 자연이다.
먼저 입구의 나무는 아주 곱게 단장한 세련된 도회지 여자의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 우리를 맞이한다.
"바다와 바위와 태양과 갈매기의 세계에서 힘드셨죠? 저희들은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꾸미지 않은 맨얼굴의 여자의 순수함도 마음을 설레게 할지 모르지만, 저희들은 아주 완벽한 서비스로 손님들을 모실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순박함보다 세련미 뿜뿜인 저희들이 더 손님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을까요?"라고 입구의 나무들은 말하는 듯하다.
잘 정돈된 이색적인 정원과
곳곳에 설치되어 손님들의 마음을 홀리는 조각상들.
바닷가에 붙어있는 작은 등대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한치의 흩뜨림도 없는 도회지의 완벽녀이다.
머리를 아주 곱게 단장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약간 뽐내는 듯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바다가 갖지 못한 알록달록 선인장 브로치를 달고
아무런 쉼터를 제공하지 못하는 바다에게 보란 듯이 쉴 곳을 사람들에게 주면서
그러나 '바다, 너와 나는 이웃사촌이야'를 넌지시 암시하며,
외로운 도회녀는 바다를 유혹한다.
그녀의 심장에 세워진 자그마한 교회는
'쓰담쓰담' 외로운 도회녀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남편과 나도 그의 위로 속에 함께 들어가 있다.
떠나오려 하니, 그녀는 알록달록 손수건을 흔들며, 다시 찾아오라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