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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경 Sep 13. 2024

둘째 아이와의 싸돌아다니기 3(마지막)

4. 용인 자연 휴양림(2024. 8. 15)

둘째 아이는 두 달간의 한국체류동안 최고의 효율성 있는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 즉 아이들에게 많은, 재미있는  체험활동을 해 주기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용인의 자연휴양림으로 갔다. 

"어? 이게 뭐야?"

오늘이 8월 15일 공휴일인데, 자연휴양림의 주차장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주차한 차의 수가 생각보다 적어서 약간 놀랐다. 


거의 5~6년 전에 왔을 때는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애를 먹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좀 썰렁하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계곡으로 올라가 보자!"


우리는 가져온 짐보따리(점심과 간식거리, 돗자리, 음료수등)를 메고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계곡에도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있다.

"아마도 예전에 이곳에서 앉아 쉬었던 것 같은데~"

우리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계곡에 물이 거의 없다. 옛날의 그  풍부한 수량이 어찌 이렇게도  메마르게 되었는지,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 여기 안 되겠어. 모기만 들끓잖아. 다른 데로 가요!"

둘째 아이는 많이 실망한 것 같았다. 날씨는 덥고, 손자들은 물놀이한다는 기대감에 잔뜩 기분이 좋아있었는데, 계곡은 발을 담글 충분한 물도 있지 않았다.

"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우리는 사람들이 좀 몰려서 앉아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아이고, 그래도 여기는 발은 담그겠네!"

손자들은 조금 있는 물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송사리를 잡고 올챙이를 잡느라고 분주히 계곡을 오르내린다.

물고기통에 한 마리, 두 마리 잔챙이들이 모인다.


조금 있으니  물이 좀 모여있는 계곡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모여있는 물의 양이 헤엄정도는 칠 수 있는 양이다. 두 손자는 수영을 한다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막내 손자가 한국에 와서 배운 수영실력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배영)

그나마 하루를 망치지 않을 만큼의 물이라도 있어서, 남편과 나는 안도하며, 발을 담그고 손자들을 바라본다.

발밑에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5~6년 후에는 이 물마저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로 내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6. 수원 화성산성(2024. 8. 26)

내일이면 둘째 아이가 미국으로 간다. 오늘이 마지막날 저녁이다. 수원의 화성으로 갔다. 아직도 한낮의 날씨는 무덥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두 손자는 매일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산다.  찬 음식을 너무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미국에 도착한 둘째 아이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아이스크림을 거기서는 거의 먹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엄마, 여기 뉴저지는 한국만큼 덥지가 않아! 벌써 약간 가을 기운이 돌고 있거든."


유네스코 등재유산인 화성산성은, 빛의 옷을 덧입어서인지 낮보다 좀 더 화려하게 보인다.

"화성은 축성 시의 성곽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북수문(화홍문)을 통해 흐르던 수원천이 현재에도 그대로 흐르고 있고, 팔달문과 장안문, 화성행궁과 창룡문을 잇는 가로망이 현재에도 도시 내부 가로망 구성의 주요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등 200년 전 성의 골격이 그대로 현존하고 있다. 축성의 동기가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경제적 측면과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성곽 자체가 "효"사상이라는 동양의 철학을 담고 있어 문화적 가치 외에 정신적, 철학적 가치를 가지는 성으로 이와 관련된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다.

성곽의 전돌, 건조물의 기와 등이 독특한 방법으로 제작되어 있어 현재의 기술로 이를 재현하기 어려워 보수 시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계속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화성은 중국, 일본 등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평산성의 형태로 군사적 방어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함께 보유하고 있으며 시설의 기능이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동양 성곽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성벽은 외측만 쌓아 올리고 내측은 자연지세를 이용해 흙을 돋우어 메우는 외축내탁의 축성술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성곽을 만들었으며, 또한 화성은 철학적 논쟁 대신에 백성의 현실생활 속에서 학문의 실천과제를 찾으려고 노력한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벽돌과 돌의 교축, 현안·누조의 고안, 거중기의 발명, 목재와 벽돌의 조화를 이룬 축성방법 등은 동양성곽 축성술의 결정체로서 희대의 수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당대 학자들이 충분한 연구와 치밀한 계획에 의해 동서양 축성술을 집약하여 축성하였기 때문에 그 건축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문화체육관광부 어린이누리집]에서 발췌)"


손자들은 이런 역사적 가치보다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이 있다. 열기구이다. 

열기구를 타고 바라본 수원산성과

수원 시내의 모습이다.

떠나기 전날 밤, 우리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공간에서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져지는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 켜켜이 쌓아둔 기억 속의 조각들은 그리움이란 의미를 지닌 채 불쑥불쑥 생각 속을 날아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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