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는 입춘(2월 4일) 전, 겨울은 아직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아침에 눈을 떠니 온천지가 함박눈으로 뒤덮여있다(2월 2일).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가 뜨면, 내가 사는 이 아파트에는 주차전쟁이 일어난다. 모두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기 위해서, 일찍 차를 집어넣게 되고, 꼭 가야 할 일이 아니면 차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기상예보를 보던 나도 저녁을 먹다가 벌떡 일어나, 차를 넣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다행히 몇 자리 남지 않은 주차공간에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다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지하주차장에 자리의 여유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상황이 그렇지가 않다.
'모두들 상황이 좋아진 것일까?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이 작은 아파트에 사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힘드셨을 것인데.'
이런 생각에 주차전쟁이 달갑기까지 하다.
아침에 학교로 가는데(2월 2일), 차장 밖으로 보이는 눈 쌓인 나무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런데 이 눈광경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앙상하고 마른 나뭇가지에 하얀 눈을 소복이 덮어주듯, 죄 많고 더러운 우리의 심령을 보혈의 피로 말갛게 씻어주시고, 또 보혈의 피로 덮어 주사, 눈 덮인 나뭇가지들이 아름답듯,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신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선생님 한 분이, 눈 덮인 모습은 아름다운데, 눈 녹은 모습은 너무 추하고 더럽다고 하시듯이, 이 보혈의 은혜가 떠나간 우리는 더럽고 추한 모습, 우리의 실제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추위에 떨고 있는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는 나에게 또한 '하나님의 진리'를 생각나게 한다. 겨울철 나뭇가지는 추위를 견뎌내며 봄을 기다리고, 봄이 되면 봄 햇살을 듬뿍 받아 싹을 틔우고, 새싹을 움 돋게 하며, 여름철 짙푸른 잎사귀를 달고, 가을에는 탐스러운 열매를 맺으며,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겨울 너머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는 일생을 산다.
하나님의 진리는 곧 말씀인데, 이 말씀의 속성도 마치 나뭇가지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말씀을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면, 그냥 앙상한 나뭇가지로 남아있는데, 말씀을 듣고 순종하려면, 하나님이 보시기에 선한 행실을 해야 하고, 자신의 정욕을 부인하고, 자아를 부인해야, 그 말씀의 순종이 가능하다. 이것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혹독한 겨울을 당하는 것과 같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말씀에 순종할 때, 봄 햇살 같은 하나님의 은총이 비치고, 심령에 영적 싹이 움트게 되고, 점점 자라 영적인 열매를 맺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의 일은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네가 알 수 없음이라(잠언 27: 1)"처럼 다시 혹독한 겨울을 당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물론 말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믿음의 사람들이 눈 덮인 아름다운 장면만을 기억하고, 자신이 원래 그런 존재인양 교만해지기도 하고, 눈 덮이지 않은 사람을 무시하기도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은혜만 좋아하지, 말씀에 순종하는 힘든 일을 피하는 기복신앙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믿음의 사람들이 깍쟁이가 되는 것은 은혜의 맛을 알기 때문에, 좋은 것만 하려고 하고, 희생과 섬김은 외면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런 깍쟁이 중의 한 사람이었음을 고백한다.
특히 간증집회의 간증을 듣게 되면, 대부분이 하나님이 부어주신 은혜를 간증한다. 정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런데 그 간증집회에서, 그 목사님을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교회에 놀라운 일을 행하셨다는 간증을 들을 때, 나는 왜 가인 같은 마음을 품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나님, 저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께 헌신했는데, 왜 우리 교회는 그렇지 않는가요? 저 목사님만 사랑하시고, 저는 안 사랑하시나요?" 하는 이런 마음이 불쑥 올라오는 속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이 간증을 듣고, 많이 회개했다. 하나님 앞에 한 것이 별로 없는데, 하나님이 너무 많은 것을 은혜로 부어주셨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나 자신도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이런 희생을 했는지 생각할 때,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제, 간증은 하나님의 은혜도 물론 말씀해야겠지만, '그 은혜 뒤에 숨어있는, 말씀 순종하기 위한 희생과 헌신을 더 강조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된 것이다.
https://youtu.be/SAruq8 CcKfo? si=nr0-TxBuC7 ADyAHi (손현보목사님의 눈물 간증)
아름다운 눈 덮인 나뭇 가지와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한 나뭇가지들의 몸부림치는 아픔을 함께 기억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