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4일 토요일.
리아와 집 가까이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차로 10분 거리이다)
그네를 타기도 하고,
징검다리 놀이를 하기도 하고,
철봉 오르기도 하는데, 리아는 겁도 없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잠시 걸어가면, 어린이 놀이터 옆에는 작은 호수도 있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본다.
호수가에는 많은 거위와 오리들이, 마치 이곳의 주인은 자기들이라는 듯이,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사람을 반기며 따라다닌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공원 주위의 집들이 예쁘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아파트는 인기가 없다. 땅덩어리가 넓어서인지 시티중심에만 빌딩이 서 있고, 가옥은 대부분이 단독주택이다. 2032년 리브즈번 올림픽 때문인지, 아니면 시드니, 멜버른등 다른 도시로 가는 대부분의 항로가 브리즈번을 거쳐가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 브리즈번의 단독주택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나무도 위로 치솟고
꽃도 크기가 크다.
어디를 보나 펼쳐져있는, 나무와 풀의 녹색과, 하늘의 푸르름, 그리고 솜사탕 구름의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어
온몸과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이것이 호주의 매력인 것 같다.
4월 6일 월요일.
딸의 교회친구가 집으로 온다고 해서, 남편과 나, 그리고 박서방(사위)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산으로 갈까요, 바다로 갈까요?"
"바다는 많이 가봤어. 어디 트레킹 코스가 없을까?"
인터넷 검색결과, 우리의 선정지는 집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Springbrook National Park(스프링브룩 국립공원)이다.
가기 전 점심 먹거리를 사기 위해,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한국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김치뿐만 아니라,
말린 나물까지도 있다.
밖에는 갖가지 과일들이 있는데, 남편이 호주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과일들 때문이다.
아열대 기후 덕분에 일 년 내내 신선하고 다양한 열대과일을 맛볼 수 있는데, 계절별로 정리하자면,
여름(12월~2월) 과일의 전성기로 망고, 리치가 가장 맛있고, 수박, 멜론, 복숭아, 자두, 넥타린 같은 핵과류가 제철이며, 가을(3월~5월)에는 커스터드 애플과 감, 아보카도가 제철과일이며, 겨울(6월~8월)에는 만다린, 딸기, 레몬과 라임이 제철과일이고, 봄(9월~11월)에는 파파야와 포포, 파인애플, 패션푸르트(passionfruit)가 제철과일인데, 드래건푸르트(용과)나 스타프루트 같은 이색과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제미나이의 대답! 그런데 우리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 마트 가서 제일 싸면, 그게 제철과일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가게에 가 보면, 사계절의 모든 과일을 거의 다 만날 수가 있었다.
국립공원 주차장에 가니,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다.
아직 연휴라,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입구에 들어선다.
우람하고 이끼긴 나무들이 좌우에 즐비하고,
계곡에 물이 흐르며,
아이들은 나무둥치에 크게 뚫린 구멍 속에 '무엇이 들어 있나?' 하며, 열심히 들여다본다.
휘어진 나무줄기를 붙잡고 타잔처럼 흔들어보기도 하며, 나아가는데
물줄기가 보인다.
자그마한 동굴이 나타나고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는 이어져 좀 긴 길이였지만,
왕복 30~40분 정도의 트레킹 코스라, 조금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멀리서 본 국립공원의 모습점심 먹을 장소를 찾기 위해 산을 내려오다가, 아주 멋진 곳을 발견했다.
우리도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만히 보니, 공원 바로 옆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디서 첨벙, 첨벙하는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아이들이 다이빙으로 물속에 뛰어드는 소리였다.
우리 바로 뒤쪽에, 남녀 고등학생 8명이 함께 왔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자신의 다이빙폼을 자랑하고, 여자아이들은 둥글게 엎드려 열심히 폰을 보고 있다.
이 커플도 수영하러 간다.
비키니 차림을 이상하게 보지 말라. 3년 전 호주에 와서 딸과 함께 바다에 간 적이 있다. 당연히 나는 한국에서 입던 수영복을 가져갔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무슨 그런 촌스러운 수영복을 가지고 왔어? 여긴 다 비키니야!"
이들의 몸매가 예쁘서인지, 비키니차림이 예쁘다. 나만 관심을 가지고 몰래 쳐다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우리 앞쪽 사람들은 크리켓에 집중하고 있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며,
우리 옆 사람들은 오수를 즐기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우리도 자리에 누웠다.
나무그늘 밑, 시원한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이게 삶의 여유로움인가?'
편안하고, 행복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인생에 이런 순간을 예비해 놓으셨네요~!"
나는 누워서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주님의 선하심(예수전도단의 박지윤간사)'이란 찬양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https://youtu.be/BFKbbxa8uio?si=ktTCTIXl2ssBcWyD
산도 나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토닥거려 주는 것 같다.
내가 관심을 가진 아이들이 드디어 집으로 가려나보다. (직업으로 선생을 해서인지, 아이들이 항상 먼저 내 관심을 사로잡는다.)
남자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향한다.
저 아이들이 다 예수님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면, 또 성적으로 문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기도를 한다.
호주의 자연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여유로움! 다 좋다.
그러나 토요일에 만난 나의 조카(언니의 아들. 한국에 살다가 호주에 들어와서 살다가, 다시 나의 형부가 편찮으셔서 호주에서 한국으로 나가는)의 말이 생각난다.
"이모! 이민 1세대는 정착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이민 2세대는 도대체 동기부여가 없어요. 부모들이 다 차려놓은 밥상을 받은 이들은 착하고 순수한데, 열정이 없어요. 오히려 워킹 할러데이 온 친구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교회에서도 열심히 봉사하고, 매사에 살아남기 위한 열심히 가득한데, 이 2세대들은 교회에서도 아무것도 안 해요.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보통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박서방도 조카의 말에 동의를 한다.
"리아도 대학생이 되면 한국에 좀 보낼까 해요. 한국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치열함을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삶이 여유로우면, 열정이 사라지고, 삶이 너무 빡빡하면 여유로움을 사라진다!
삶에, 적당한 여유로움과 적당한 열정이 조화를 이룰 때, 그 삶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또 사람이 보기에도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국립공원에서도, 또 여기 공원에서도 화장실을 가려다가 많이 당황했다.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그리고 자신이 남자라고도 생각하고 여자라고도 생각하는 사람들, 이렇게 세 부류의 화장실이 있다고 생각해서, 기웃기웃 여자화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줄에 서 있다. 아예 남자변기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동방예의지국에서, 또 '라떼는 말야'의 세대인 나는 좀 당황했다. 심지어 장애인 화장실이 좀 넓어서 그랬겠지만, 남자아이, 여자아이, 둘이서 함께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한참을 있다가 나오더니만 "쏘리(Sorry)!"라고 한 마디를 한다.
"하나님! 호주가 더욱 정결한 신부가 되게 하소서!"
그날 저녁, 리아, 딸, 사위, 남편, 모두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이런 환경 속에서 리아가 더욱 거룩한 삶을 사는 아이가 되도록, 기도했다!
누워서 바라본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