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의 일상 2

사달이 나다

by 김해경

2026년 4월 8일(수요일)


"엄마, 지금 23도예요. 오늘 30도까지 온도가 오른다고 하니, 지금 선선할 때 산책하고 오세요. 구글 지도로 'Calamvale District Park' 치고 가심 되어요. 여기서 15분 거리니까요"


남편과 나는 아침 9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남편의 구글 지도를 보면서 공원을 찾아갔다. 예전에 온 적이 있기 때문에, 길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가는 도중, 경찰차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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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한 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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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잘 해결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발길을 옮긴다.(집 앞의 잔디가 다듬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무슨 문제가 있는 집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의 딸의 참견~"엄마! 너무 주관적인 것 아녀요? 바빠서 풀을 못 깎을 수도 있지!" 맞는 말이다. 조카는 단독주택의 가장 귀찮은 일이 풀 깎는 일이라고, "한국 아파트 짱!"이라고 했다!)


가는 도중, 신기하게 생긴 꽃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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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열매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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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함께 길을 간다.


공원 입구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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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공원에 들어선다.


학교에 갈 아이들이 공원에 많이 보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니, 퀸즈랜드 공립학교의 학사일정은 4학기로 나뉘는데, 1학기는 1월 27일(화)~4월 2일(목)이고, 지금은 가을방학 (4/3~4/19) 기간이며, 2학기는 4월 20일(월)~6월 26일(금)이고, 겨울방학(6/27~7/12)이 있다. 3학기는 7월 13일(월)~9월 18일(금)이며, 봄방학이(9/19~10/5) 있고, 4학기는 10월 6일(화)~12월 11일(금)로 여름방학(12/12~2027년 1월 말)이 뒤따른다. 즉, 각 학기는 보통 10주 내외로 구성되며,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2주간의 방학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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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그늘막에 앉아서 쉬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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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기구에서 재미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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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들을 오랫동안 보아온 터주대감 나무는 그저 묵묵히 미소로 저들에게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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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무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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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으로 들어가 앉는다. 그런데 그늘막에서는 공부가 한창이다. 열공, 열공!

두 사람의 지적장애인이 선생님과 함께 수업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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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왼쪽의 학생은 지금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혼잣말로 계속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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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른쪽 학생은 선생님이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고개를 숙인 채 반응하지 않는다. 빨간 옷의 선생님은 열심인데, 학생은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옆의 네 사람은(아마 대만인? 왜냐하면 영어를 좀 할 줄 아셨다.) 열심히 영어단어를 공부하더니만, 공부가 끝났는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체조를 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한 명의 남자분은 가고, 나도 심심하던 차에 그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자,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말을 재미있게 하신다. 유튜브의 운동은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체조인데, 할아버지 혼자 따라 하지를 않으신다.

"왜 하지 않으셔요?"

"나는 이런 단순 동작은 싫어. 다양한 걸 원해. 어디서 왔어?"

"요즘 인기 있는 나라에서 왔어요."

"세계에는 인기 있는 나라가 많아!"

"한국에서 왔죠!"

"얼마나 있을 거야?"

"두 달 간이예요"

"나는 세 달 있어(관광비자의 최장기간이 세 달이다)"

"매일 여기 오세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와."

우리가 일어선 자리에 다른 여자분이 큰 도시락통을 가지고 앉았다. 이를 보고 이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

"저 도시락, 당신 거야?"

"아닌데요. 왜요?"

"나는 누가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함께 먹기를 원해"

나는 할아버지의 넉살 좋음에 웃음이 나왔다.

남편과 내가 가려고 하자 "내일 또 와!"라고 외친다.


다시 구글 지도를 보면서 집으로 찾아온다. 그런데 15분이면 도착하는 집을 한 시간이 되어도 찾지를 못 한다. 남편은 앞서 가고 나는 뒤따라가는데, 이참에 이 지역을 좀 탐색해 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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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사시사철 호주국기와 자기 나라의 국기를 게양해 놓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심리가 무엇 때문 일가?

호주시민이 되어서 너무 기쁘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나는 지금 비록 호주시민이지만 나의 고국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충성맹세를 하는 것일까?


나의 터무니없는 상상에 대해 인공지능은 이렇게 대답한다. 호주에는 국기를 다는 엄격한 규칙이 있는데, 정면에서 볼 때 가장 왼쪽에 호주 국기를 배치하고, 그다음에 애보리진 국기(검은색:사람, 노란색:태양, 빨간색: 땅) 즉 호주 원주민 국기, 마지막이 토레스해협 섬주민 국기를 달아야 한다고 한다. 이 집은 마지막 국기를 생략한 셈이다. 호주정부와 교육기관은 호주 대륙의 원래 주인인 원주민들의 역사와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로 이 세 국기를 함께 게양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화해'의 핵심적인 상징이라는 것이다.


'음~ 땅을 탈취한 데 대한 미안함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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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특별히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면 이 조각개가 이 집을 지키기를 원하나? (멍멍 짖지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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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나무는 몇 년 지나지 않아 곧 어른 나무가 되어, 올챙이 적 시절을 알지 못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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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우거진 나무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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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이 집의 사람들은 날마다 한 번씩 하늘을 쳐다보는 낙을 누릴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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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초, 중, 고가 합쳐져 있는 복합단지)의 담장이 너무 뾰족해서, 이 커뮤니티 속에 무슨 보물이라도 감춰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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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Seedlings & Co.(company의 약자)로 표현하는 유머가 있고, ("어린 모종들과 그 친구들 혹은 동료들"이라는 뜻인데, 이 경우 company가 '회사'를 의미하지 않고, '동료들'이라는 의미로 친근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고 인공지능이 한 수 가르쳐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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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부속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있다. (집의 형아들은 다 방학인데, 이 아이들은 좀 억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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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성당은 '삶의 정결함'을 소리쳐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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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람들이 다니는 콥트정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종파로, '마가'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서기 42~61년경에 세웠다고 한다. 동방정교회와 뿌리를 같이 하고 있는데, 초기 기독교의 원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고대 전통교회이나, 분위기는 가톨릭에 가까워 미사를 드리고, 성모마리아와 성인들을 공경한다고 한다. 교회 안이 성화로 가득 찬 독특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단순한 예배당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관이나 커뮤니티 센터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친절한 설명임)

콥트.png 인공지능이 보내온 콥트교회 내부모습

겉은 소박하나 안은 화려함의 대표주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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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with the Son(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희망)"의 깃발을 휘날리는 성공회 교회는 사회복지와 봉사의 Hope(희망) 프로젝트를 늘 진행하는데, 이제 한 시간쯤 길을 찾아 헤매다 보니 '제발 집 찾게 해 주세요'의 Hope 깃발이 내 마음속에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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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자 남편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인지,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고, (계속 구글맵을 보면서 가는데, 맵이 잘못 가르쳐 주는지, 아니면 남편이 잘못 이해를 하는지, 둘 중에 하나이다!)

IMG_7071.JPG 남편에게 뒤돌아서 찍어달라고 한 사진이다. 남편과의 떨어진 거리를 증명하기 위해

나는 뒤에서 주기적으로 계속 "자기야!'를 외치고, 남편은 그때마다 한번 돌아보고는, 계속 길을 간다. '혹시 남편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남편이 길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어떤 나쁜 사람에게 납치되면 어쩌지? 남편은 현지전화번호를 개통했는데, 나는 와이파이가 작동하는 집 외의 밖에서는 사진 찍는 것 말고는 도무지 쓰잘 떼기 없는 이 전화기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오만가지 오두방정을 떠는 상상을 하면서도, 사진 찍을 것은 다 찍으면서, 시간을 계속 지체한다. 날씨는 점점 더워져, 땀은 줄줄 흐른다.


11시 30분경에 겨우 집에 도착했다.(이 동네는 집들의 모양이 나와 남편의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길도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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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이렇게 늦었어요? 공원에서 오래 계셨나요?"

"아니, 금방 나왔는데, 1시간 이상 헤매다가 겨우 찾았어! "

남편은 샤워실로 직행하고,

나는 "야! 너무 덥다. 아이스크림 먹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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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tachio(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한 컵 떠서 먹으며, 이제야 와이파이가 되는 내 폰으로 길을 다시 찾아보는데,

"내 카드가 다 없어졌어! 폰에 꽂아놓은 내 카드, 세장!"

나는 벌떡 일어섰다.

폰 케이스에 여러 장의 카드를 꽂고 다니다가 호주에 온다고 꼭 필요한 카드 3장,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 한 장, 그리고 교통카드(인천공항을 오갈 데 사용함). 이렇게 세장만 넣고 왔다. 여러 장의 카드를 꽂았던 구멍(카드 슬롯 혹은 카드홀더)은 늘어나 3장의 카드만 넣자, 카드들이 때때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서 오늘 외출할 때도 잘 꽂혀있는지, 구멍에 다시 한번 집어넣고 나간 것이다.


샤워하고 나온 남편에게 다시 왔던 길을 가보자고 하니, 남편은 덥다고 차 타고 가보자고 한다.

"아빠, 걸어가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나는 속으로 딸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다시 땀 흘리기를 싫어하는 남편 때문에, 박서방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원으로, 내가 사진 찍은 장소로(사진 찍을 때만 폰을 사용했기 때문), 한 시간가량을 돌아다녔다.

"잔디밭에 바늘 찾기이다!"

남편의 말처럼 이 지역의 지리를 잘 몰라서 사진 찍은 장소를 찾는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차 타고 거리를 살펴보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신용카드는 분실신고 하고, 교통카드는 한국이 아닌 이상 쓸모가 없고, 신분증은 좀 뭣하지만 어쩔 수 없고~"

남편의 말에 따라 집으로 돌아와, 신용카드는 분실신고 하고, 신분증은 악용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호주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어쩌면 풀 속에 떨어져 그대로 잠자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만약 누군가가 줍는다면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글자인지 해독하느라고 머리를 싸매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경찰에 신고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올 수도 있고, 아니면 범죄집단에 들어가 내 신분이 도용될 수도 있고(아이고, 끔찍해라!)


'내일 아침 서늘할 때 남편과 함께 오고 갔던 길을 다시 가봐야 하나?'

이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리아는 꽃을 꺾어 주면서, 나를 위로한다.

리아꽃.jpg 혀를 쏙 내미는 리아의 요즘의 장난

"고마워, 리아야!"


어수선한 하루와 상관없이 저녁놀은 곱게 하늘 위에 내려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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