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바다
황금빛 저녁노을이
충만히 내려앉던 어느 날,
누구라도 붙들고
울고 싶었던 나는
결국 바다를 붙잡고
바다 앞에서
꺼억, 꺼억
울었습니다.
파도 소리가
나의 울음소리를
모두 삼켜주었기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고맙다고,
다시 살아보겠노라고,
그러니 나에게 힘을 주시라고,
새로운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용기 내어 써 내려가게 해달라고
나지막이 고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반짝이던
소라껍데기 하나를
주워 왔습니다.
당신과 나의 증표로 삼아
고이 간직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충분한데
당신은 내게
더 주고 싶으신가 봅니다.
기꺼이 당신의 선물을 받겠습니다.
이 시간이
선물임이 틀림없었음을
훗날
함께 보게 되기를
나는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시는 몇 년 전,
아들 녀석에게 닥친 어려움으로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워
바다를 찾았다가 써 내려간 글이다.
얼마 전,
4년 전 만났던 내담자에게서
“문득 상담사님이 생각났어요.”라고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그 한마디에는
참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연락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 번의 망설임과 멈칫거림을
반복한 끝에야
겨우 꺼낼 수 있는 용기라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조심스럽게 헤아려보았다.
그리고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
몸이 많이 아파
투병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담실에서
마주한 그녀의 삶의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한,
그녀는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 인생의 힘든 시간에
써 내려갔던 이 시를
그녀에게 보냈다.
지금 그녀가 통과하고 있는 시간이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조차
혹여 무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기꺼이 와락
껴안아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냈다.
그래서
그녀에게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
놀라 도망쳐버리기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그녀였는데,
오히려 그녀가
내게 선물을 보내주었다.
지금껏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하고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머플러는
처음이었다.
나는
지금의 시간이
그녀를 무너뜨리지도,
혼자 건너게 하지도,
끝내 해치지도 못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 시간을
끝까지 그녀 편에 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