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선택하기까지
자고 일어나 눈을 떠보니 아이가 둘이다. 왼팔에 한 명 오른팔에 한 명. 정녕 하늘이 나에게 보내주신 아이들이란 말인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그 거룩한 부담감이 아이가 한 살 한 살 커갈수록 더 어려운 난이도 상의 문제로 다가왔다.
큰아이가 5살을 앞두고, 육아에 대한 고민은 더욱 짙어졌다. 이맘때 부모들은 대부분 유치원을 알아본다. 어디 유치원이 커리큘럼이 좋다고 하더라, 일찍이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영어교육에 뒤처지지 않는 길이라더라 하며 분주하게 이곳저곳 유치원 상담을 받고 있었다. 모두 인기 많은 유치원 추첨을 두고 입시를 치르는듯한 상황이다. 수능보다도 어렵다는 유치원 추첨인 것이다. 그 확률의 희박함에 기대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기대를 한 움큼 쥐었다.
한참을 유치원을 알아보며 돌아다닐 즈음,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다시 진지한 물음이 생겼다. ‘이제 나의 육아관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이리 저리 휩쓸릴 수 있겠구나’를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고민했다. 우리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면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나온 어린이 행복선언을 보게 되었다.
[어린이 행복선언]
1. 마음껏 신나게 놀고 나면 행복해요. 놀 곳과 놀 시간을 주세요.
2. 포근하게 안아주면 행복해요. 많이많이 안아주세요.
3. 하늘을 보고 꽃을 보면 행복해요.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해주세요.
4.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해요. 좋은 먹을거리를 주세요.
5. 책을 읽어줄 때 행복해요.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세요.
6. 어른들이 기다려 줄 때 행복해요. 잘 못하고 느려도 기다려주세요.
7. 제 말을 귀담아 들어줄 때 행복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8. 제 힘으로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해요. 저 혼자 할 수 있게 해주세요.
9. 어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요. 모두 함께 행복하게 해주세요.
10. 다른 아이들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해요. 모든 아이들이 저처럼 행복하게 해주세요.
[출처 –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그렇지. 아이라면 신나게 놀아야지. 자연에서 더불어 지내야지. 아이들의 어린 시절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다. 이와 맞는 기관이 있을까? 찾게 된 곳은 이름도 생소한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들이 함께 힘을 모아 자신의 자녀들이 다닐만한 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다. 세상에나, 부모들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다고?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이는 아이가 온전히 성장하는 데에는 온 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와 교사에 이르는 여러 어른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1990년대 자연과 놀이가 결합한 생활을 강조하는 대안 교육 기관으로 출발하여 현재는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이란 단체명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에 소속된 어린이집은 전국 80여 곳에 이른다.
요즘처럼 신뢰 가는 기관을 찾기가 어려운 시대에 부모들이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기존의 관료화되거나 상업화된 보육 시설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자연 친화적이며 공동체적 생활을 익히게 하는 실험적 보육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나들이, 들살이 등 자연 속에서 놀며 배우는 자연친화 교육을 중시하며 놀이를 통해 정형화된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어른의 상상 이상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교사와 학부모를 별명으로 부르며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아이와 아이, 아동과 교사, 부모와 교사, 부모와 부모 등 모든 사람들의 관계가 열려져 있어서 부모가 일일교사가 되고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의논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아이 키우는 일이 나 혼자만의 일인 듯 모두들 독박육아를 하는 이 시절에 아이를 같이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너와 내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 함께 키우는 아이, 같이 성장하는 공동체를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