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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 Mar 10. 2021

도롱뇽 알을 보았니

숲속에서 놀며 자라는 아이들


“엄마 나 오늘 도롱뇽 알 잡았어~”

하원 시 만난 딸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도롱뇽 알에 대한 얘기를 쏟아냈다.

“도롱뇽 알이라고? 어떻게 생겼는데?”     


나름 시골에서 자라나 시골부심이 있는 나조차도 도롱뇽 알은 미처 보지 못하고 자라왔다. 개구리 알은 숱하게 보았음에도 왜 도롱뇽 알은 못 봤을까? 어린 시절 못해본 경험이 못내 아쉬울 무렵 딸이 전해주는 도롱뇽 알의 실체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엄마! 도롱뇽이 어떻게 생겼나하면~ 투명하고 길쭉하고 미끌거리고 안에 검은 점도 콕콕 박혀있었어”     


처음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선택했을 때 바람은 딱 한가지였다.

자연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놀며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를 바랐다.

내 아이의 유년시절을 자연 속에서 뛰어 논 기억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의자에 앉아서 한글이니 영어니 숫자니 배우는 것들을 천천히 접하게 하고 싶었다.

딱 그뿐이었다.     


부모의 바람대로 아이는 산으로 공원으로 숲속으로 텃밭으로 신나게 돌아다녔다. 

친구들과 숲속을 함께 걷다가 나뭇가지에 벌레가 보이면 한참을 들여다본다.

"어 저기 무당벌레가 기어간다~"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면 너도 나도 함께 모여서 곤충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숲속 길에서는 자연 모든 것이 놀이이자 학습이다. 곤충과 벌레를 비롯한 온갖 생물들, 떨어진 솔방울, 나뭇잎, 꽃가지들까지 가다 서다 앉다 하며 자연의 변화를 눈에 한껏 담아온다.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숲속 해먹을 타는 일도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 된다. 친구들과 함께 내려오는 숲길의 놀이 '그대로 멈춰라'는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기 더없이 좋은 놀이가 된다.


사계절을 눈으로 보고 숨결로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는 것도 아이들이 누리는 경험이다.      

새싹의 피어오름과 꽃나무의 움트임, 흙의 냄새를 맡으며 봄을 느끼고 화전을 해먹으며 봄을 기억한다. 냉이꽃, 쑥, 산수유꽃, 새싹들을 관찰하고 향기도 맡아보며 제비꽃, 민들레, 목련꽃 봉오리 등 봄꽃을 찾아보며 민들레 반지도 만들어본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것도 아이들의 일상이다. 봄이 오면 씨감자와 당근 씨앗, 딸기모종과 양배추, 허브, 아욱씨앗, 아이들이 좋아하는 쌈 채소를 심는다. 아이들은 오가며 얼마만큼 자랐는지 지켜보고 관심과 애정을 준다. 


수확된 쪽파와 시금치는 쪽파김치와 파전과 시금치나물로 점심시간과 간식시간에 제공되어 아이들이 수확했다는 기쁨에 맛있게 먹는다. 쑥도 캐서 쑥전을 만들어 먹거나 여기 저기 피어있는 진달래꽃은 진달래 화전과 진달래 청으로, 아카시아 꽃은 아카시아전으로 만들어먹기도 한다.     


나들이에서는 토끼풀로 꽃다발과 팔찌, 머리 화관을 만들어 써보고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 꽃을 보며 지낸다. 메타세콰이어 열매, 왕 달팽이, 무당벌레 유충, 개미집관찰, 애벌레와 자벌레, 쥐똥나무꽃 그리고 아이들이 기다리던 콩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텃밭에 보이는 콩벌레와 지렁이 찾기는 너도 나도 즐겁게 몰입하는 놀이가 된다. 아이들은 나들이 가는 곳곳마다 콩벌레를 찾느라 분주하다. 겨울잠을 자고 깨어나는 온갖 생물들도 마중 나간다. 도롱뇽 알은 매해 봄마다 아이들이 두 손 꼭 마주하고 고대하는 것 중의 하나다.      


여름에는 나뭇잎의 푸르름과 활짝핀 개망초, 흐드러지게 핀 장미도 보면서 나들이를 간다. 개미, 개미집, 콩벌레, 지렁이, 풍뎅이, 애벌레 등 많은 곤충들을 관찰한다. 방아깨비와 메뚜기 사마귀를 찾아보고, 앵두, 보리수, 뱀딸기와 산딸기가 익어가 맛 볼 수 있다. 빨간 버찌 열매로 아이들은 얼굴에 고양이나 인디언 추장처럼 그림도 그려보고 맛보기도 한다.

반짝이는 돌, 색깔 있는 돌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돌들은 저마다의 보물이 되어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인다. 텃밭에 난 봉숭아 꽃잎으로 봉숭아물도 들이고, 마당에서 수영장을 만들어 여름 물놀이도 이루어진다.     


가을에는 땅콩과 고구마를 수확하고 밭갈이와 함께 겨울채소를 심는다. 텃밭에는 무 배추 쪽파 대파 청갓 홍갓 등 김장재료를 심고, 아이들은 오미자청과 유자청을 만들어 겨우내 저장하고 간식으로 먹는다. 숲에서 발견한 밤송이를 까서 햇밤을 맛보기도 한다. 떨어진 알밤을 줍고 밤깍정이로 숟가락을 만들어 놀이하고 곤충을 찾으러 다닌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새총을 만들어 도토리나 솔방울을 날려 보내기도 한다. 


색깔별로 나뭇잎을 찾고 나뭇잎으로 나뭇잎 꽃, 사람얼굴을 표현하거나 나뭇잎을 접시로 사용하여 요리놀이도 한다. 단풍나무 씨앗을 날리고 바람개비를 만들어 바람의 방향에 따라 뛰어다니고 바람개비 동산 꾸미기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케이크를 만든다며 솔방울 산수유열매 솔잎으로 꾸미고 마라카스 악기를 만들어 신나게 노래 부르며 춤추며 즐거워한다. 친구들과 낙엽 산을 만들고 낙엽을 뿌리며 가을을 맘껏 즐긴다.     

 

겨울에는 언 땅을 삽으로 고르고 봄동과 동초 씨앗을 심는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책을 읽고 동짓날 새알심 만들기를 하여 팥죽을 먹는다. 겨울 산길을 걸으며 눈을 맞고 바람산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 하며 낙엽에 눈 쌓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눈이 온 날은 온 몸으로 눈을 맞으며 신나게 뛰어 논다. 눈을 관찰하면서 내리는 눈을 살짝 맛보기도 하고 눈이 좀 쌓인 곳에서 눈썰매를 타고 눈천사 만들기, 발자국 찍기, 그림 그리기 등 눈은 더할 나위 없는 놀이 소재가 된다.      


사계절을 이토록 진하게 경험할 일이 있을까? 아이들의 놀이와 일상생활은 세시절기와 함께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이는 신기하고 황홀한 경험을 하며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다.

그렇게 숲속에서 놀며 자라는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한발 한발 세상을 향해 내딛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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