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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하고 싸우지 마"

by 가치지기

우리는 살면서 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돌아보면 당시에는 반드시 싸워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쳤던 마음과 몸,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어떤 싸움은 시간이 지나도 흔적이 남고, 어떤 싸움은 영영 치유되지 않기도 합니다.


싸울 때는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꼭 싸워야만 하는 싸움이 있습니다. 나의 존재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라는 가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도 있습니다. 다만 그 싸움이 단순히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혹은 상대를 꺾고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승패를 떠나 싸움이 가져오는 상처와 손실이 때로는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논어(論語)에서 공자는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君子不爭)"고 말했습니다. 군자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만, 불필요한 싸움에 연루되지 않습니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감정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싸움일 때도 많습니다. 정작 그 싸움을 끝낸 후에는 상처만 남고, 얻게 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진정한 강자는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싸움을 피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장자(莊子)는 "오리는 다리가 짧고, 학은 다리가 길다. 이를 자르거나 늘릴 수 없다(鴨短鶴長, 無可奈何)"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입니다. 모든 차이를 다투다 보면 결국 상처받는 것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싸움보다 침묵이, 반박보다 미소가 더 큰 힘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우되, 불필요한 싸움에는 휘말리지 않는 것이 지혜입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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