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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언어

by 가치지기

내 마음의 언어


감정은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만, 그 복잡한 속내를 온전히 언어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지냈나요?"라는 단순한 질문에 "좋지 않아요."라고 답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수많은 감정의 결을 단 하나의 말로 다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감정은 깊고도 넓습니다. 때로는 끝없는 바다처럼 가라앉지 않으며, 때로는 하늘의 구름처럼 흩어져 그 모양을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이는 슬픔을, 어떤 이는 기쁨을, 또 다른 이는 공허함을 느낄 때, 그것을 세상과 나누려 하지만, 그 순간 언어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우리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하나하나 말로 쪼개어 표현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일상의 언어가 아닌 영혼의 소리를 담아낸 시를 우리는 읽으며 위로를 얻고, 내가 표현하지 못했던 그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시는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시의 언어를 좋아합니다. 시는 언어의 규칙을 벗어나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길을 열어 주기 때문입니다.


시적 언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로는 닿을 수 없는 감정의 심연을 탐색하려 합니다. "먹먹하다"라는 단어는 슬픔을, "어둠 속에 갇혀 있다"라는 표현은 깊은 우울함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시조차도 결국은 하나의 언어에 불과합니다. 시적인 표현도, 문학적 기법도 결국은 언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습니다.


요즘 감정은 언어의 제한을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표현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기존의 시적 언어와 문학적 기법들이 더 이상 우리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언어는 시대의 감정을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들. 그래서 우리는 더 깊고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언어는 아직 다루지 못한 감정의 영역을 열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내 마음을 순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나는 내 안의 감정과 조용히 대화를 시도합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내면의 감정과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밖으로 꺼내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됩니다. 감정은 말로만은 온전히 표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정은 자신을 그림처럼, 음악처럼, 혹은 몸짓과 행동, 그리고 다양한 감각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 합니다.


감정은 언어라는 틀에 갇히기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내기 위해 주어진 모든 감각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시적일 수도, 문학적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포근한 맛으로, 영혼을 달래주는 음악으로, 혹은 흐르는 땀방울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의 언어는 특정한 형식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 내면의 바람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주 던지는 그 질문, "어떻게 지냈나요?"가 단순한 형식적 인사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감정과 복잡한 마음을 담은 진정한 물음이 되길 바랍니다. 그것은 따뜻한 손길이 될 수도 있고, 상냥한 표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결국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고 드러나야 합니다. 마치 봄바람에 흔들리는 창밖의 나뭇잎처럼, 우리의 감정도 삶 속에서 자유롭게 춤추며 빛나야 합니다.


내 마음의 언어는 꼭 글로 기록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감각으로, 때로는 보이지 않는 발자국이 되어 세상에 남겨질 것입니다.


그 흔적이 꼭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아도, 말로 설명되지 않아도, 그것이 내 삶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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