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검정 비니루봉다리

by 가치지기

어머니의 검정 비니루봉다리



꽃샘추위 스며든 시린 봄날,

휑한 골목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 속

어머니, 마당 끝 작은 자리에 쪼그려

금방 캐낸 쪽파를 검정 비니루봉다리에 담으신다.


아무리 채워도

쩍 벌린 입, 바스락거리며

쉴 새 없이 종알대는 봉다리들.


땅 내음 묻은 쪽파를

입 벌린 봉다리들에

넣고 또 넣으며,

“이건 큰아이 거, 저건 막내 줄 것…”

어머니는 한 움큼씩, 사랑을 집어넣는다.


봉다리도 시린 바람에 못 견디고 퍼덕이는데,

얼음장 같은 손, 입김 한 번 불지 않으시고

덜 캐온 쪽파를

아쉬운 듯 바라보신다.


그 손끝에서

시린 바람 한 움큼,

얼어붙은 마디 하나하나

쪽파 사이사이에 고이 포개어져 들어가고,


그제야, 검정 비니루봉다리는

울음 삼키며 입을 닫는다.


육 남매 자식에게 가는 먼 길,

검정 비니루봉다리 안에서

쪽파가 어머니 사랑의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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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게 된 배경 이야기...



어제는 장모님 생신이라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시골집에 도착해 장모님을 찾다가

마당 한구석에서

육 남매 자식들에게 보낼 쪽파를 다듬고 계신 장모님을 보았습니다.


꽃샘추위에 바람까지 매서운 날,

맑은 콧물을 훔치며 마당에 쪼그려 앉아

한 움큼이라도 더 싸 주시려는 그 마음이

참 아리고, 고마워

마음속에 흐르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 어머니의 모습이 가슴 깊이 남아

이렇게 시로 남깁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때론 그렇게 서글프도록 고마워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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