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안식

by 가치지기

모든 목회자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목회자분들이 ‘안식년’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그러고 싶다는 부러움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일정한 사역 기간 이후 삶을 비워두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음 사역을 위한 내면의 정돈과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시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반 직장인으로서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에, 오히려 더욱 간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안식년을 특별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제도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안식’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중단’, ‘멈춤’을 뜻하는 히브리어 Shabbat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안식년은 단순한 휴식이나 여행의 시간이 아니라, 삶을 멈추고 돌아보며 다시 살아갈 방향을 묻는 시간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갑니다. 일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고, 잠시라도 멈추면 곧 무가치한 사람이 될까 불안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못한 채, 기계처럼 삶을 계속 소진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삶은 결국 균열을 맞이합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마음이 조용히 무너져갑니다. 삶은 리듬이 있어야 건강합니다. 일하고, 멈추고, 다시 일하고, 또 멈추는 순환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회복되고 성숙해집니다.


저는 요즘 ‘내 인생의 안식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꼭 1년이라는 기간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시기에 삶을 잠시 멈추고, 존재 그 자체로 머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그 시간은 게으름이나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바로 세우기 위한 내적 수선의 시간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안식년을 만들지 않으면, 삶이 우리를 강제로 멈추게 할 때가 찾아옵니다. 병이나 사고, 혹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때로 우리가 멈추지 못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원하지 않았던 ‘강제된 안식년’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안식은 어떤 시간일까요?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나의 내면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시간. 말없이 머무르며,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는 시간. 그런 시간들이 우리 삶에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면, 우리는 더 건강하게, 더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문득,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안식은 죽음 이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독교적 신앙인이라면 그 믿음 속에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믿음이라는 개념 속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땅에서 진짜 안식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죽음 이후의 참된 안식을 더욱 선명하게 소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마지막 안식이 두렵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땅에서의 작은 안식년들을 충실히 지켜야 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멈춤’을 훈련하며, 일상의 리듬 속에서 쉼을 배워야 합니다.


삶의 모든 분주함과 고민, 성취와 실패, 희망과 후회를 모두 내려놓고 완전히 멈추는 시간.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마지막 쉼의 시간.


삶 속의 안식년을 정직하게 지켜온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평온할 수 있습니다. 참된 안식은 결국, 잘 멈추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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