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단순할수록 깊어진다

by 가치지기

저는 한때, 바쁘게 사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루에 여러 가지 일정을 소화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할 일들을 빼곡히 적어가며 시간을 채워나갔습니다.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제 모습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많은 일들 속에서도 마음 한켠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느끼지도, 충분히 기억하지도 못한 채 하루가 휙 스쳐 지나가는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무렵,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를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그 안에는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복잡함이 일상이 된 시대에 단순하게 사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리는 더 깊고 넉넉한 삶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소유가 많을수록 불편하고, 마음이 복잡할수록 자유롭지 않다"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함은 곧 자유이며, 진정한 풍요는 소유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더 많은 일을 해내려 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얽히고설킨 삶 속에서 정작 ‘나’는 점점 희미해지고, 자신을 돌아볼 틈조차 사라져 버립니다.


단순함은 그 틈을 다시 열어줍니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삶에는 여백이 생기고,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삶의 본질은 언제나 그 조용한 틈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비우면 공간이 생기고, 생각을 비우면 마음에 평화가 깃듭니다. 일정이 줄어들면 사람을 더 깊이 만날 수 있고, 말이 줄어들면 마음이 더욱 또렷하게 전해집니다. 단순한 삶은 무엇인가를 잃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중요한 것을 되찾는 길입니다.


단순한 삶은 ‘버림’을 통해 완성됩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낼수록 삶의 본질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깊이는 그만큼 더해집니다. 단순함은 궁핍함이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이며, 물질 너머의 내면을 풍요롭게 가꾸는 태도입니다.


삶은 단순할수록 깊어집니다. 그 깊이는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는 결코 길어 올릴 수 없는, 조용하고 단단한 지혜입니다.


이제는 조금 더 단순하게, 그리고 조금 더 천천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단순함 속에서 더 깊어지는 삶을 위해—오늘도 나는 조용히, 하나를 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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