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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꽃

by 가치지기

주름꽃



달도 숨은 추석 밤,

비 내린 마당 끝 감나무 등불 아래

자식 온다며 기다리시던 어머니.


가을비 적막히 내리는 휑한 마당,

희미한 불빛 아래

허연 주름꽃 하나, 조용히 피어 있었습니다.


그 지독했던 여름 끝자락에도

햇살 한 줌 허투루 넘기지 않던 손길에

계절마저 고개를 숙였습니다.


여름처럼 길고 지친 세월이 지나간 자리,

햇살처럼 스쳐간 날들이

어머니 얼굴에 깊은 골짜기를 만들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주름은 저물녘 하늘에 핀 국화 같아

볼수록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 꽃 앞에서,

쪼그라든 손등 위로 스쳐간 바람조차

차마 말을 잃습니다.


어머니,

꽃은 가장 아름다울 때 진다잖아요—

그러니 이제,

그만 주름꽃 피우세요.


혹여 얄미운 바람이 불어와

그 꽃 흩어뜨릴까 봐

이 못난 자식,

가슴 저려 숨조차 아낍니다.


“더 있다 가라” 하시던 어머니를 뒤로하고

백미러에 비친, 손 흔드시는 그 모습에

저물녘 하늘이 겹쳐 보입니다.


하늘 닮은 어머니 바라보다—

흐르는 눈물,

이제는 가만히

놔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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