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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뿌리

by 가치지기

마음의 뿌리



삶은 종종

내가 바라지 않았던 씨앗을

마음 깊은 곳에 떨어뜨린다.


어떤 건

살기 바빠 사랑을 미처 건네지 못했던

부모의 외면과 상처,

어떤 건 분노의 씨앗,

어떤 건 외로움의 씨앗,

어떤 건 웃음 뒤에 남겨진

쓸쓸함의 조각들...


참다 참다 울컥했던 날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기억하고 싶지 않아

조각 내어버린 틈마다

빗물처럼 어둠이 스며들면,

그 조각들이 씨앗이 되어

말없이 뿌리를 내린다.


운명처럼 다가온 상처들은

마음 밭에 스며들어

깊고 은밀한 뿌리를 만든다.

그 뿌리는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아득한 내면,

빛조차 닿지 않는 곳까지

조용히 뻗어간다.


그리고

절망조차 더는 내려갈 곳이 없을 때,

아무 말 없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홀로 울고 있다.


깊이 내려진 뿌리에게

꽃을 피우는 일은

그저 사치스러운 꿈일 뿐,

짙은 어둠 속에서는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일조차 버겁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만 낸다면,

감춰졌던 상처는

언젠가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겠지.


아무도 볼 수 없는

내면 깊은 곳에

마음의 뿌리—

그곳에서 내가 만들어진다.


깊고 조용한 그 자리에서

차오른 고요한 힘이

마침내 땅을 뚫고

하늘을 바라볼

꿈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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