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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갇힌 세상

숫자는 인간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by 가치지기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 것이 숫자라고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숫자를 객관적이고 명확하다고 믿으며 의지합니다. 하지만 숫자는 정말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투명하고 진실을 담고 있을까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회계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에게 어떻게 회계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숫자가 가장 투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의 말은 숫자와 투명성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는 숫자가 반드시 정직과 투명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숫자는 단순한 표현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를 다루는 사람의 의도와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편집되고 가공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 자체가 진실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은행의 대출 심사에서든, 회계 부정 사건에서든, 숫자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쉽게 왜곡될 수 있는 도구로 변질됩니다.


이런 현실은 우리가 얼마나 숫자에 의존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사람을 계급화하고 등급화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숫자는 본래 현상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마인드맵이 생각 정리에, 파워포인트가 프레젠테이션에, 엑셀이 데이터 분석에 적합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을 평가하는 데까지 숫자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숫자는 점차 인간을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별점과 리뷰로 평가하고, 사람을 성과 지표나 시험 점수로 판단하며,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우리가 숫자에 갇혀 진정한 자신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건강을 나타내는 숫자보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과 컨디션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숫자가 아닌 자아와의 대화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에 대한 신뢰는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할 때 더 의미 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숫자일 수도 있고, 과장되거나 축소된 데이터를 통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위험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숫자가 진정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려면 인간적인 해석과 이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숫자로 사람을 단순화하려는 사회적 관습은 결국 개인의 고유성과 개별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숫자의 매력과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이 우리의 진면목을 대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을 숫자로 환원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숫자는 인간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숫자를 통해 더 정직한 사회를 꿈꾼다면, 그 숫자가 투명하게 다뤄지도록 사람의 정직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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